▶ 포토맥 칼럼
▶ 장세규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서 미국 최고 공립 고등학교 1,000개를 발표했습니다. 워싱턴 근교에 사는 우리 교우들도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가 학생들을 얼마나 잘 지도하고 있는지 첨예한 관심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이번 명단에는 버지니아 고등학교가 79개, 메릴랜드 고등학교가 60개가 올라가서 주별로는 5등과 6등을 했습니다. 특히 100대 고등학교에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14개 고등학교가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고등학교의 서열을 만드는 일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하는 일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고등학교를 뽑는 기준입니다. 기준을 어떻게 정하는가에 따라서 명단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뉴스위크의 특집은 34년간 워싱턴 포스트에서 교육 기자로 활동하던 제이 매튜스라는 분이 만든 도전지수(Challenge Index)라는 기준으로 전국의 공립 고등학교를 평가한 것입니다. 오래 동안 중등교육에 대해서 글을 쓰던 매튜스 기자는 아주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떤 고등학교가 좋은 고등학교인가?”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어떤 고등학교가 위대한(great) 학교인가?”를 물었습니다. 흔히 좋은 고등학교라고 하면 SAT 점수가 높다든지, SOL 시험에 합격한 비율이 높다든지, 특정 명문 대학들에 입학시킨 숫자 같은 것으로 따집니다.
그러나 매튜스 기자는 평범한 학생들을 교육하여 대학에 가서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 주는 것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그는 좋은 대학을 얼마나 많이 갔는지를 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학 진학률도 따지지 않았습니다. SAT를 포함한 여러 가지 시험 성적도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비범하게 탁월한 학생들을 모아서 엘리트 교육을 시켜 SAT 시험 점수가 평균보다 월등하게 높게 나오는 20여 개 고등학교들은 아예 처음부터 제외시켰습니다. 평범한 학생들을 잘 가르쳐 대학 수업을 잘 해낼 수 있게 만드는 요소를 찾은 것입니다.
매튜스 기자의 도전지수는 한 해 동안 대학 학점 인정을 받는 AP 시험을 치른 숫자를 졸업생 수로 나눈 수치입니다.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것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만 AP 과목을 듣게 하고 AP 시험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매튜스 기자의 판단에 따르면 AP 시험 성적이 좋지 않고 심지어 AP 학점을 제대로 따지 못해도 AP 과목을 택하고 시험을 한번이라도 쳐 보기라도 한 학생들이 나중에 대학에 가서 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비록 많은 전문가들의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매튜스 기자의 기준이 상당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뉴스위크에서 상당히 높은 순위에 있는 학교들 중에는 가난한 동네의 학교, AP 성적이나 수료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학교, 쇄락한 도심지에 있는 학교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시험 성적이나 학교 진학률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잘 가르치는 학교들이 더 놓은 순위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직한 교육을 추구하는 교육자들은 이번 뉴스위크 명단을 반길 것 같지만 자녀를 고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별로 반가워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국 대부분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대학 가서 잘 공부하는 능력에 앞서서 먼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은 다시 SAT 시험 점수와 대학 진학률과 아이비 리그 진학 숫자로 줄을 세운 고등학교 명단을 찾게 될 것입니다.
연구 조사 자료를 검토하다가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사립학교를 제외한 이유입니다. 사립학교를 제외한 이유는 사립학교들이 자료를 제공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매튜스 기자는 상당히 의미 있는 언급을 했습니다. 공립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에 대한 평가에 적극적이며,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 자료를 제공하는 일에 익숙한 반면 사립학교들은 그렇게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필요도 없고 평가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오히려 평가하는 일에 적대적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공교육과 사교육을 떠올리면서 씁쓸한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교회는 어떤 기준으로 평가해야 하겠습니까? 어떤 교회가 좋은 교회, 아니 위대한 교회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세상에 나가서 거룩하게 살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으로 평가해야 할까요? 아니면 교회 인원수로 해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당장 복 받고 병 낫고 문제 해결되는 것으로 교회를 평가해야 하겠습니까? 어떤 교회가 위대한 교회인지를 물을 때도 그 기준을 잘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장세규 <한빛지구촌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