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정부의 딜레마
2006-04-14 (금) 12:00:00
신용일(취재1부 부장)
뉴저지 거주 탈북자 마영애(40)씨가 미국에 망명신청을 한 것을 두고 한국 정부가 어쩔 줄 모르고 있다.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가 한국 정부의 인권탄압을 주장하며 미국에 망명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씨는 미국에 밀입국을 시도하다 또는 불법체류 신분이 적발돼 한국으로 추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 법무부에 ‘방어적 망명’(Defensive Asylum)을 신청해온 탈북자들과는 달리 합
법체류하며 국토안보부에 ‘적극적 망명’(Affirmative Asylum)을 신청한 첫 사례여서 한국 정부가 더욱 난감해 하고 있는 것같다.
한국 정부로서는 만일 미국이 마씨의 망명을 승인할 경우 인권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으로 있는 한국 정부가 지구상 최악 인권탄압국가인 북한을 탈출해 한국의 품에 안긴 탈북자를 인권탄압했다는 판결문을 받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마씨의 망명심사 소식이 알려지자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우리 정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언론이 탈북자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그게 가능한 얘기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정치탄압은 없다”고 강력히 반박하고 나섰다.
또 통일부 관계자로만 소개된 한 관리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마씨가 미국 망명 신청 당시 탄압 증거물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여권갱신 거부’와 ‘주민등록 말소’에 대해 마씨의 여권법 위반 기록과 이사하며 새 주거지 주소를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씨의 주장대로 탈북자들 중 대한민국 여권법을 지키며 한국에 입국했거나 북한 혹은 중국에 있는 가족을 한국으로 데리고 온 경우가 과연 몇이나 되는지 한국 정부에 묻는다. 또 한국 정부는 마씨가 한국법원에서 여권법 위반 판결을 받은 이후 여권을 발급해 줬으면서도 이 여권의 만료를 앞두고 신청한 갱신을 거부했다.
주민등록 말소도 마씨는 한국 관련 당국에 자신이 미국에서 유학생 신분으로 공부하고 있다는 서류들을 모두 제출한 바 있어 이 역시 한국 정부의 해명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 정부가 취한 조치에 대해 그 사유를 공문서로 통보해달라는 마씨의 여러 차례 요청을 거부한 것은 한국 정부가 뭔가 떳떳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외에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여권 발급이 거부돼 5년 넘도록 투쟁하고 있는 탈북자 김덕홍씨 문제와 소위 국민의 정부(김대중 전 대통령) 및 참여정부(노무현 대통령) 하에서 정부의 인권탄압을 주장하며 미국에 망명을 신청한 한국인이 무려 194명(승인 10명)에 달했다는 사실에 대해 정부는 어떤 설명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