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서칼럼] ‘작은 것의 위대함’

2026-04-21 (화) 08:00:25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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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동해 바다 작은 섬 갯바위의 흰 백사장
나 눈물에 젖어
게와 함께 놀았다네.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중에서)

‘게’. 일본의 천재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대표 시(詩)다. 그는 교사, 편집자, 임시 공무원, 신문 기자 등의 직업을 가졌으나 시인으로서의 강한 자부심 때문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한 아내는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그는 아픔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으려고 먼 바닷가에 나갔다. 거기서 우연히 작은 바닷게 한 마리가 휜 모래 톱 사이에 작은 집을 짓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광경을 바라보다가 문득 삶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에게 작은 게 한 마리는 삶의 소중한 의미를 깨우쳐 준 인생의 스승이었고 그를 죽음의 계곡에서 구원한 천사였다. 그뿐 아니다. 흰 모래위의 작은 게 한 마리는 그를 일본 최고의 시인으로 올려놓은 아름다운 시어(詩語)의 화두가 되었다. 그렇다. 인생의 위대한 변화는 작은 하나로부터 시작되며 사소한 1%의 차이가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을 때가 많다.


출애굽한 1세대 이스라엘 백성들이 왜 시내광야에서 주저앉고 말았나. 매일 매일 임하는 하나님의 작은 은혜를 귀하게 바라보지 못하고 큰 것만 바라보고 원망, 불평했기 때문이다. 예수의 천국 비유를 보면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된다. 장정만 5천명을 한 자리에서 먹이신 예수님의 기적도 오병이어의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구리는 전선줄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구리는 인, 유황처럼 생체의 필수 미량 원소중 하나다. 인간의 몸은 통상 80밀리그램 정도의 초미량의 구리를 함유한다. 몸 안의 구리의 함량이 결핍되면 생명유지는 위태하다. 심비대증, 심부전증, 심장마비, 고혈압, 빈혈은 모두 구리 성분의 작은 결핍으로 온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기본 원소는 모두 10가지다. 산소, 탄소, 수소, 질소, 인, 황, 칼륨, 칼슘, 마그네슘, 철분이다. 그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식물 성장은 치명적 장애를 겪는다.

독일의 식물학자 유스튜스 폰 리비히는 이것을 ‘최소량의 법칙’이라고 불렀다. 리비히는 식물의 성장이 영양분의 총량이 아니라, 기본 원소의 최소량의 수위가 전체와 균형을 이룰 때 촉진된다는 사실을 임상적으로 증명했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사울은 거대주의(gigantism)를 선망하는 삶을 살다가 왕의 자리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작은 산동네 베들레헴의 일개 목동이었던 다윗은 ‘작은 것은 아름답다.’라는 은유를 가슴에 품고 살았다. 사사(士師) 사무엘은 다윗의 인물됨을 알아보고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웠다.

사자나 호랑이가 왜 맹수의 왕자인가. 작은 토끼 한 마리의 사냥에도 전심전력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작은 일에도 실수가 없는 그들을 보고 뭇짐승들이 두려워 떨며 그 앞에 무릎을 꿇는다. 21세기를 주도할 리더는 사자와 호랑이 같이 담대하면서 섬세하고, 치열하면서 따뜻해야 한다.

가치관이 흔들리는 혼란한 이 사회는 작은 책임 하나에도 자신의 명예와 자존심을 거는 유목적 리더를 갈망하고 있다. 거대주의의 허상이 문득 다가올 때, 당신이 다윗처럼 깊은 골짜기로 내려가 생명을 걸고 그 책임을 지켜낸다면, 당신은 역시 위대한 고원(高原)의 목자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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