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창의력 아쉽다
2006-02-13 (월) 12:00:00
-코스타리카 전이 남긴 교훈-
한국 축구가 지쳐보였다. 열의만 있었지 호흡이 맞지 않았다. 중동, 홍콩, LA등지에서 전지훈련을 펼치느라 그럴만도 하다. 한국축구는 11일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1-0으로 패했다. 시종 공격권을 장악하고도 어쩐지 다리가 풀린 모습으로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전반에 허용한 패널티 킥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한국은 이날 중앙 돌파를 전혀 시도하지 못했다. 이천수를 주축으로 한 윙에 의존하는 모습이 확연히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축구에서 가장 쉬운 축구를 하다만셈인데 작전이나 고감도 세트 플레이는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세계 축구는 2002년 월드컵이 보여주였듯 기술이나 체력 면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아무도 아시아의 소국 한국이 4강 신화를 창출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고, 일본 등이 16강에 오르며 강세를 보이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아시아도 이제는 유럽이나 남미에 비해 체력면이나 기술면에서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1일 한국축구를 지켜본 팬들의 한결같은 아쉬움은 생각하는 축구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코스타라키전 1경기만 놓고 전반적인 평가를 내리기에는 다소 성급하나, 과거 고질적인 문전처리 미숙 등 한국 축구가 이제 기동력이나 기술 축구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축구를 해야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코스타리카 전에서 한국은 코스타리카의 지역방어에도 불구하고 수비를 끌어내려는 시도에 실패했다. 먹히지도 않은 크로스 킥(센터링)을 남발하다 시간 다 보냈다. 이천수의 말대로 죽 기살기로 뛰기만 했지 정작 골넣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는 증거다.
한국축구는 2002년 기술보완, 체력보강 등으로 월드컵 4강에 올랐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서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4강에 올랐다고 보긴 힘들다. ‘월드컵 2002’ 의 교훈은 한국축구도 ‘이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을 뿐이다. 한번의 성공으로 한국축구가 세계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생각은 착각일 수 있다. 과연 체력, 기술보완만으로 한국축구가 축구 엘리트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까. 이는 펠레나 마라도나가 활약하던 쌍팔년도 이야기일 것이다. 이제 세계 축구는 기술면에서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2002년 터키가 보여주었 듯 중동이나 아프리카, 아시아 어디건 우승의 문이 열렸다. 이것은 한국에도 기회가 주어졌다는 긍정적인 면이자 동시에 도전이 그만큼 험난해졌다는 부정적인 면이기도 하다. 기술, 체력 보완은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축구는 감독이나 선수 한 두명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순간적인 상황판단,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힘은 오랜시간의 연구, 합숙훈련 플러스 알파 창의적인 축구감각이 필요하다. 한국은 코스타리카전에서 한마디로 우둔한 축구를 했다. 공격의 흐름을 장악했다고 해서 우세했다는 판단은 우둔한 감독이나 할 수 있는 소리다. 코스타리카는 분명히 이날 한국의 돌파력을 저지할 수 있는 조직적인 수비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천수등 몇명이 코너에서 부지런히 뛰었다고 우세했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물론 코스타리카 전은 평가전이고 작전보다는 월드컵 엔트리를 정하기 위한 개인기와 기동력을 저울질하는, 말그대로 평가전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욱 평가전 같은 경기에서 고감도 세트 플레이, 작전, 창조적인 축구를 실험해 볼 수 있었지도 않았을까? 한국축구의 약점은 감독, 당사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더 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놓은 소견일 뿐이다.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