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Celebrity

2006-01-22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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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며 배우며

우연한 기회에 유명인과 마주치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니지만, 유명인과의 만남은 참으로 가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TV나 잡지 또는 신문 한 지면을 통해 낯이 익은 사람을 실제로 만나게 되었을 때, 경우에 따라서는 실망도 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나는 그들의 품행에 감탄하곤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유명인이 꼭 연예인들만은 아니다. 워싱턴은 정치도시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정치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LA 나 뉴욕에서 연예인을 만나는 것처럼 쉬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20여 년 전에 지금은 고인이 된 디어 애비의 칼럼니스트인 앤 랜더스를 시카고 공항에서 보게 됐다. 얼른 당신의 칼럼을 애독한다고 말하고 사인을 부탁했는데, 다급한 김에 가지고 있던 여권을 내밀어 그녀의 사인을 받았고 아직도 고귀하게 느껴지던 그녀의 자태가 기억난다.
내가 처음 만난 정치인은 댄 퀘일 전 부통령이다. 친구 시아버님의 초대로 그 분의 생일 축하연에 갔었는데, 지금 연방 하원의원인 탐 데이비스가 훼어팩스 카운티의 군수이던 시절이었다. 우리 부부는 행사가 끝난 후 무대 뒤로 부통령 부부를 뵈러 갔었고, 댄 퀘일은 TV 화면에서와 다름없이 훤칠한 미남자였다. 그 부인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기품이 있어 놀랐다. 퀘일 부통령 부부와 사진도 찍게 되었는데, 내가 미국시민으로 처음 만난 정치인이었다.
요 근래에는 직업상 가끔씩, 연방 상원의 청문회를 참석하여 정치인들과 마주치곤 한다. 애리조나 주 상원의원이신 존 멕케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엘리자베스 돌과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등등이다. 남편과 나는 존 멕케인을 좋아하기 때문에 얼른 그분에게 다가가 악수도 청하고 뵙게 되어 영광이라고 능청도 떨었다.
우리는 흔히 미국에서 대통령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람은 곧 퇴임을 앞두고 있는 Federal Reserve Board 의장인 알란 그린스펀이라고 한다. 그 분의 말 한마디에 따라서 미국 아니 전 세계의 경제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노령층의 이슈를 다루는 특별청문회에 그분이 출석을 했고, 쥐 죽은 듯이 모두가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던 기억이 새롭다.
정확하게 3년 전에, 한 행사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하워드 딘을 함께 본 적이 있다. 남편이 하워드 딘이 주지사를 역임한 버몬트 주 소재 대학을 나왔기에 다가가 악수를 하고 몇 마디를 나눴다. 허나, 겹겹이 클린턴 대통령을 에워싼 경호원들이 많아, 그분은 얼굴을 본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당신과 나 사이에 저 바다가 없었다면… 하는 유행가 가사가 있는데, 클린턴 대통령과 나 사이에는 경호원들이 가로 막고 있었다.
드디어, 내게도 부시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기회가 왔는데, 약 1년 전의 일이다. 어느 정당인가에 상관없이 대통령과의 만남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대단한 운이라고 생각한다. 행사에 참석했던 한인 노인 몇 분들과 그런 운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었다.
최향남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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