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워싱턴 한인연합회 회칙 개정안을 보고

2006-01-12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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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서소식 <전 볼티모어 한인회장>

지난 7일 워싱턴 한인연합회는 이사회를 열고 선거관련 회칙 및 시행세칙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회장 출마자격으로 ‘워싱턴 지구 한인연합회의 임원, 이사, 고문, 자문으로 12개월 이상 봉사한 자여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이를 증명키 위해 후보등록 서류에 이사회비 등의 납부필증을 첨부토록 했다.
또 선거등록금을 3만 달러로 인상하고 별도로 커뮤니티 센터 건립기금으로 기부금 1만 달러를 내도록 하고 있다.
한국 정치를 닮아서인지 어쩐지 날치기 통과하는 거부감이 들게 하는 것은 동포들의 여론을 완전 무시한 독선과 아집의 소산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현 회장은 한인회를 장악하는데 1년은 걸린다고 했는데 물론 일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한 예로 현 회장단이 마음에 들지 않아 4년 동안 발을 붙이지 않고 있다가 새로운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이를 막아야 할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인회는 회장 중심으로 이끌어왔고 임원, 이사, 고문, 자문 역시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되어 왔다고 본다면 이런 개정안이 시행되면 그 한인회는 계속적으로 그들만의 사조직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 현 회장단이 입후보할 때는 분명 등록금이 1만4,000달러였는데 얼마 전에 2만 달러로 인상되더니 이번에는 느닷없이 3만 달러로 올린 데다 1만 달러를 추가로 희사해야 한다니 그 동기나 발상이 의심스러울 뿐이다. 결국 출마자를 제한하고 내 사람을 만들어 사조직을 두자는 의도인지, 게다가 연례행사를 전담하는 한인축제 재단을 설립한다고 하니 돈 모이는 유일한 단체로 또 하나의 사조직이 될까 염려스럽다.
한인회장 출마의 문호를 원천봉쇄하는 비민주적인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정정당당하게 선거에서 결론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에 살면서 올바른 미국의 민주정치를 배워야 한다. 미국의 단체장 선거 등록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번 이곳 볼티모어 선거에는 무려 13명의 후보자들이 나와 각축전을 벌였다.
나는 하워드 카운티에 사는 사람으로 버지니아 지역에 있는 워싱턴 한인연합회에 나가 봉사할 일도 없겠지만 이 지역 사람들은 철만 되면 그들의 부탁으로 몰려다니며 투표하는 모습을 본다. 봉사 경력이 없으니 피선거권이 없는 우리 지역은 아예 워싱턴 한인연합회에서 제외되어야 하지 않을까. 투표권만 있고 피선거권은 없는 이번 회칙개정안은 당연히 부결되어야 한다.
서소식 <전 볼티모어 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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