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배우며
▶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다시는 맞이할 수 없는 2005년은 저 멀리 가버리고 병술년 2006년의 새 아침이 밝은지 며칠이 지났다. 청명한 하늘에 뭉게구름이 서서히 피어 오르고 멀리 새소리가 정겹게 들려온다.
겨울 방학을 끝낸 아이들을 실어 나르는 노란 스쿨버스가 새벽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침, 나는 오늘도 컴퓨터에 앉음으로써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신형 컴퓨터를 구입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촌스럽게도 난 그림의 떡이다. 남편은 열심히 두들기며 많은 정보를 찾으며 엔조이 하는데 난 언젠가는 배워야 겠다고 벼르기만 했지 과연 할 수 있을까 자꾸 위축되기만 했다.
어느날 컴퓨터에 앉아 남편이 가르쳐주는 대로 ‘키 보드’를 눌러본다. 제법 익숙해지기 시작, 정확도가 80%가 넘어가니 재미가 있어 몇 시간씩 컴퓨터에 앉아 새로운 것을 배워 내 것이 될 때 느끼는 기분은 형용 할 수 없는 기쁨의 충족감 그 자체다.
먼저 나의 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봤다. 나의 딸들은 엄마보다 더 신나 하며 장하다고 추켜주기에 용기를 얻어 멀리 태평양 건너 고국의 친지,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요했던 편지도 이메일로 순식간에 오가며 정을 나누고 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정보시대에 사는 우린 현대문명 혜택에 감사가 절로 난다. 그야말로 컴맹에서 갓 벗어난 신출내기가 첫걸음을 배운 아기같이 철딱서니 없이 너무 흥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제는 신문사에 보내는 작품도 직접 이메일한다.
처음엔 한 시간 넘게 쓴 글이 다 날라갔을 때 느끼는 억울함, 처참함, 기막힘이 가슴까지 ‘철렁’ 소리가 나곤 했다. 다시 쓸려고 보면 지금껏 쓴 글이 전혀 생각나지않아 가슴앓이하며 얼마나 끙끙댔는지 모른다. 더욱이 모교(여학교) 홈피에 들어가 창을 열면 선,후배님들, 또 동기동창들이 게시판에 올린 주옥같은 글과 갖가지 정보들, 또 주고받는 댓글에서 삶의 활력소가 넘쳐온다. 까맣게 잊혀질 뻔했던 우정을 홈피에서 찾으며 동기동창이란 40여 년이 지난 세월 속에서도 격이 없이 서로 마음의 진실한 벗이 되어 숨김없이 마음 문을 터놓고 의논도 하고 충고도 하면서 서로 잘되는
길을 일러줄 수 있기에 삶이 더 즐거워진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만남 속에서 신비의 체험이며 새로움을 창조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열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려는 마음으로 배우며, 생각하고 또 노력하려는 의지, 이것은 아직 내가 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2006년 금년에도 더 많은 배움의 기쁨을 갖고 싶다.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