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이들 따라잡기

2005-12-27 (화) 12:00:00
크게 작게

▶ 나의 생각

▶ 강주희/MD

열공하삼!(열심히 공부하라), 바쁘삼?(바빠?) 허걱~!!, 쿨컥~!!……. 인터넷의 싸이월드란 곳에 들어가면 볼 수 있는, 요즘 아이들의 언어세계이다.
`바람직한 자녀와의 대화방법`이란 책 속에는 부모가 자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라는 충고가 있다. 고루한 엄마보다는 그들의 세계를 이해해 주는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자, 싸이월드에 홈페이지를 만든지 2년이 되어간다.
처음에 홈페이지를 만들고는 너무 재미있어서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다고 엄마도 `싸이폐인`이 되어 가느냐며, 아이들에게 열라(많이) 구박받았다.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이유를 알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나 비슷한 또래의 세계가 있는 것처럼 그들도 `싸이월드`라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었다. 아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어떤 친구관계를 갖고 있는지… 혹시, 비뚤어지진 않을까? 늘 걱정이 많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어깨너머로 그들만의 세계를 엿보다가 드디어 홈페이지를 만들어 그들의 세계 속을 넘나들어 본다. 가끔 방문하여 방명록에 글도 남기고, 친구들이 남겨놓은 댓글도 읽어보고, 올려진 사진들을 보며, 그들 또래의 생각, 말하는 스타일, 생활의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큰아이의 싸이에 들어가 보니 아무 것도 볼 수가 없었다. 공개를 꺼리면 일촌이 되어야만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나? 숨길 일이 생긴 걸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일촌 신청을 하고 10여일이 지났을까? 일촌 신청을 받아 주었다. 엄마가 자신들의 세계에 들어와도 좋다는 뜻이다. 모든 것을 열고 받아주니, 서로가 믿는 마음뿐이다.
요즈음은 딸아이의 친구들까지 일촌 신청을 해온다. 가끔은 쪽지도 보내서 “널로 오삼, 업 데잇 했삼”(새로운 것을 올려놓았으니, 자신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달란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우리의 부모님들이 우리에게 하신 것처럼, 엄마에게 대적하지 말 것, 부모에게 무조건 복종할 것을 강조했었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고루한 선택일 뿐이다. 어제는 둘째가 기분이 영~ 안 좋다.
“주나, 어디 아프삼? 공부하느라 힘들지? 살다보면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는 거삼, 힘 내삼… 엄마는 주니가 항상 고맙삼, 라뷰!!!”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엄마, 글 남겨 주셔서 고맙삼, 라뷰!!!”
요즈음은 나 자신을 업데잇 시키기 위해서도 틈틈이 들른다. 빠르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언어를 따라 잡기 위해서,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엄마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
강주희/MD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