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름다운 사람

2005-11-22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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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최향남 <연방 사회보장국 공보실 홍보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미국의 메디케어 처방약 보험은 영어해독이 어려운 한국인 노년층에게는 무척 복잡하고 혼동스러운 일이다. 함께 근무하는 마리아는 그녀의 부모에게 적합한 처방약 플랜을 찾느라 몇 시간이나 웹사이트를 뒤졌다며 불평을 했다. 그녀의 부모는 이태리 이민자들이고, 모든 행정적인 일은 마리아의 몫이기에 그녀는 누구보다도 이민자들의 사정을 잘 이해한다.
몇 달 전에 약속한 사회보장 세미나와 처방약 보조금 설명회가 있어 토요일 아침이지만 평상시처럼 일찍 일어나 서둘렀다.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간 교인들도 많다고 했는데, 다른 지역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경청을 하셨고, 메디케어와는 상관없이 장애자 수당 신청 등 사회보장 베네핏에 대한 개인질문을 위해 상담을 원하는 분들도 계셨다. 직장에서 쓰는 파일을 간간이 한국어도 삽입을 해서, 강의가 너무 지루하지 않도록 준비를 했는데, 세미나를 마치고 나니 목이 아팠다. 2주 전 샌안토니오 출장길에 감기로 고생을 했고, 목이 다 나은 상태가 아니었는데 무리가 갔나보다.
잠시만 개인 상담을 하자는 분들과 몇 마디씩 주고받으며 사정이 딱한 분들이 많음을 느낀다. 하나 이 분들이 영어해독에 별반 문제가 없다면 이처럼 절실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5년 전에 나로부터 베네핏 신청 도움을 받았다는 노부부는 신문에서 내 이름을 보고는 너무 반가웠다고 했다.
96년에 우연히 사회보장국에 입사하여 한국계 노인들이나 사회보장연금, 극빈자 생활보조금, 또는 장애자 수당 등을 신청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를 했다. 지역 사무실에 근무를 했기에 가능했었고, 나는 매니저와 상의하여 매달 한번씩 한인 천주교회에서 한국말로 상담을 했었다.
그때 50대 중반의 한 남성의 장애자 수당을 접수 처리했었는데 첫 장애자수당 체크를 받고 그가 내게 고맙다고 편지를 했다. 당신처럼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게 되어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음인데 그는 내게 그런 엄청난 고마움을 표했다. 내가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믿고 장애자수당 체크를 몇 번 받지 못한 채 사망한 그 분께 항상 죄송한 마음이고 부끄럽기만 하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분들이, 그것도 자체 교회의 교인들이 아님에, 교회측에선 내게 한 달에 한번씩 봉사를 할 수 있는가 고 물었고, 나는 흔쾌히 그러마고 했다. 내가 알고 있는 짤막한 지식이나 상식이, 오로지 영어해독이 어렵다는 이유하나로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기대 이상으로 위안이 되고 안정된 생활과 연결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추수감사절을 며칠 앞두고, 금년에도 건강한 식구들과 열심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감사하고,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에 더욱 감사할 뿐이다.
최향남 <연방 사회보장국 공보실 홍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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