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한 인터넷 신문의 사장이 워싱턴 근교 한 회의장에서 연사로 나와 요사이 대한민국(남한)의 돌아가는 정세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남한정부는 마치 좌경화의 문턱을 향해 질주하는 고장난 차 같다’고. 그도 그럴 것이 평양에서 열렸던 아리랑 특별공연(조선 노동당 창건60주년기념)에 남한에서 수천 명이 관광객 신분으로 몰려가서 주로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미화’하고, ‘조선노동당 중심으로 한반도 통일 이룩하자’는 슬로건의 아리랑 매스게임에 감동되어 기립 박수갈채를 쳤다니 말이다. 그런데 그 아리랑 게임에서는 북한군 3명이 국군의 복장을 한 남한군 30명을 때려눕히는 격술시범을 남한 관객 앞에서 보여 주었다고 한다. 남북화해를 부르짖는 북한이 어떻게 남한 사람 불러다가 ‘남한군의 적군 격퇴’라는 장면을 감히 보여 줄 수 있었을까.
이런 북의 연출은 기가 찰 만한 일이다. 도대체 그들의 진의가 무엇인가? 또 누가 이렇게 많은 남한 관광객들을 북에 보냈는가? 노무현 정부가 허용 내지는 장려해서 보낸 것이다. 북한이 계획한대로 남한국민이 이렇게 평양까지 몰려가서 조선노동당 선전에 박수를 쳤으니, 김정일은 만면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남한과 미국을 이간시키고 ‘평화통일’이란 미명하에 ‘원수 미군을 한반도에서 몰아내자’는 북의 구호를 북으로 갔던 이들 관광객들이 동조한 셈이다.
강정구 포함 동국대 3총사 교수들은 북의 주장을 그대로 발표하고 노골적으로 김 부자와 북의 노선을 찬양하고 선전하고 있다. 강정구 교수 발언이 법에 저촉되어 구속 사법처리하자는 검찰을 향해 법무장관은 검찰 지휘권을 발동, ‘안 된다. 구속하지 말라’고, 대통령도 앞장서서 사법처리를 반대하는 의견을 발표하고 결국 김종빈 검찰총장 사표는 냉큼 받아 들였다. 강정구 교수는 신바람나서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이 세계인권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하고 여론의 집중포화 속에서 인기 주인공처럼 친북 반미의 자기주장이 옳다고 외치고 있다. 북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남한의 언론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지휘권을 발동한 범무장관은 지휘권을 거부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원칙과 자유를 모르는 짓이라고 역설한다. 그래도 민주주의 남한이니 자유의 말들이 이렇게 무성하다. 북한에서도 이런 자유의 말이 좀 나왔으면 좋겠다. 북한은 미국을 원수의 나라라고 하면서도 미국과 외교관계를 맺자고 한다. 한미관계 이간을 노리면서. 참으로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한미동맹관계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오죽하면 친한파 미 의회 의원들이 맥아더 동상을 미국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서한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겠는가.
베이징에서 4차 6자회담을 마무리하면서 남한과 북한, 중국, 러시아는 성공적이라고 박수 치고, 일본은 어정쩡하게 그냥 서있는 편이고, 미국은 한미공조도 잘 안 되어 씁쓰레 혼자 앉아 있는 형국이다. 북은 핵포기를 선언하면서 미국으로부터 불침보장, 체제인정, 국교정상화, 경제원조, 경수로재건 등 자기 주장을 많이 관철시킨 셈이다. 북은 IAEA와 NPT에 복귀하기도 전에 벌써부터 경수로 재건을 미리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한다. 북이 핵포기 이행을 지연시키면 미국이 인내의 한계를 느끼고 도리어 6자회담에서 철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금 북은 한미관계의 냉각을 지켜보면서 남에게 줄을 당겼다 놓았다 한다. 한민족의 형제이니 평화통일론으로 서로 손을 잡자고 줄을 풀어놓는 듯하고, 남의 식량 등 경제원조, 동력지원 등은 줄에 묶어 당기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의 하나는 남한 정부가 북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북의 나팔에 따라 춤추는 형국’이라는 점이다.
장춘산 <볼티모어,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