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모두 좋은 말이다. 전통을 지키며 모든 일을 잘 해 나아가자는 것도 좋고, 전통적인 것을 개선하며 발전시켜 나아가자는 것도 좋은 일이다. 그래서 대법관으로 어떤 사람을 세우느냐 하는 일에 미국의 전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 부시 대통령이 해리엇 마이어스(60)를 지명한 뒤, 기자들과 말하는 가운데, “나는 여전히 보수주의자이지요?”라는 말을 던지고서는, 거듭 “자랑스럽게 그렇습니다”라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보수, 진보하기 전에 앞세워야 할 일이 있는데, 그것이 ‘진실’이다. 아무리 어느 한 쪽에서 훌륭하다 할지라도 진실하지 못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면 미국의 진실을 판가름하는 대법관의 일에서 문제가 생긴다.
마이어스는 보수적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보수라는 말보다는 그녀가 진실한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만 하여 좋은 것 같다. 판사의 경력이 없다는 것을 문제삼는 사람들도 있으나, 그 간 미국의 대법관 중 14명이나 판사의 경험이 없었던 사람이었다니 전례를 따라서도 문제될 게 없다. 또 그녀를 신앙적인 면에서 볼 때, 바쁜 가운데서도 주일학교 선생으로도 봉직했고, “판사는 법정에서 법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미국의 헌법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신념” 을 가진 사람이라니 그의 사법철학을 높이 평가하는 부시의 지명론을 생각해볼 만 하다. 사실 미국의 대법관들이 법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낙태와 동성결혼 문제도 법해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미국은 법으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지만, 완전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 지는 의문스럽다. 이를테면 미국 군대에 군목제도는 있지만, 기도할 때에 공석상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기도할 수 없고, ‘십자가,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니 이것들은 종교자유에 대한 법해석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아무리 다른 종교가 군에 있다 할 지라도 말이다. 또 공립학교에서 기독학생들이 모여 특별활동(activity)으로 예배드리는 일이 왜 허용될 수가 없는 지도 문제다. 그러므로 미국의 법해석을 바르게 하여 이 나라의 건국의 법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이상의 것들이 결국 대법원 대법관들의 법해석에 달린 일이 아닐까.
문경원 /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