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 청계천

2005-10-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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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과 생각

▶ 동심초 <스프링필드, VA>

고대 그리스의 궤변학자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 했고 밀레토스 출신인 탈레스는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 하였다. 생명은 창조주에게서 비롯됐고, 죽음은 악마의 문화에서 시작되었다. 잘못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자연을 파괴하고 파괴된 자연은 인간을 파괴시킨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각자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세상을 불법으로 가득 채우고 그들의 부질없는 다툼은 온통 혼란과 아우성 소리로 서울을 시끄러운 장터로 만들어놓았다. 특권층의 교통 편의를 위하여 청계천을 마구잡이로 메워 서울 시민들 정서의 쉼터와 옛 조상들의 고적을 구정물 속에 묻혀 질식시켜 놓았다. 이런 때에 청계천은 서울 시민들에게 닫힌 가슴을 열어주는 시원한 산소의 역할을 하게 되리다.
어떤 이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이냐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답하리라. 어린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제공하는 사람.
어떤 이가 나에게 두 번째로 이 세상에 누가 제일이냐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답하리라. 젊음의 생기를 마음껏 뿜어내며 우정과 사랑을 속삭일 수 있는 시원한 환경을 가져다주는 사람.
어떤 이가 나에게 세 번째로 이 세상에 누가 제일이냐 묻는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답하리라. 철철 흐르는 시냇가에 앉아 오랜 세월의 그리움과 애환을 훌훌 풀어서 개울물에 띄워보내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는 사람.
먼 이국 땅에서 어쩔 수 없이 고국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는 짧은 30분 짜리 뉴스와 신문을 보고 청계천의 복구를 학수고대해 왔다. 드디어 기다리던 그 날이 온 것이다. 서울 한복판에 살아서 맑게 흐르는 청계천에 나도 가서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다. 죽어있는 청계천 담벼락 구정물 속에서 압박 받아 서러워 울고 지쳐 허물어진 옛 고적을 부활한 청계천과 더불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나게 하여 조상들의 얼이 찬란하게 빛을 내며 우리에게 미소를 보내게 했다.
혼돈과 불투명 속에 우왕좌왕 소란스런 거리에 누가 있어 시민들의 볼거리, 놀거리, 산책거리를 선물했던가.
청계천은 이제 서울 시민들에게 신선한 삶의 원동력이 되리라.
청계천아 너는 고독한 나그네에게 다정한 친구다.
청계천아 너는 피로한 나그네에게 쉼터가 되는구나.
청계천아 너는 서울의 보석, 세계의 자랑거리다.
도도하게 흐르거라, 당당하게 흐르거라. 아, 가고파라, 보고 싶은 청계천.
질식의 탄식은 사라지고 기쁨의 환성이 방방곡곡에 메아리치리라.
동심초 <스프링필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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