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혼은 해결책 아니다

2005-09-28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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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차호원 <한미가정연구원장>

결혼을 운명적 만남이라고 한다면 이혼은 부부의 선택이다. 요즘 우리 사회에 일고 있는 ‘나도 이혼’에서 ‘황혼이혼’ 바람은 큰 충격이지만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오랜 세월 남성문화에 눌려 살아온 여성들의 ‘참고 살기’에 대한 반란이며 자기 정체성의 선언이기도 하기 때문 이다.
‘이혼 바람’의 원인들을 짚어보면 첫째는 사회의 소비 지향적인 부추김과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다. 즉 “지금 당장 만족할 수 없으면 빨리 바꿔야 한다”는 분위기이다.
둘째, 지금까지 ‘전과기록’처럼 따라다니던 ‘이혼녀’ ‘이혼남’이라는 꼬리와 ‘도덕적 매를 들던’ 사회가 너그러워진 현실이다. 특히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서’ 이혼을 망설이며 살던 여성들에게까지도 더 이상 박수를 쳐주지 않는다.
간혹 유명 인사들의 ‘화려한 이혼’에 자극을 받아 위자료 챙기고 핑크빛 재혼의 환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 분들은 이혼 후 후회하는 비율이 87%이라는 통계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13%는 행복한가. 절대 아니다. 재혼한 부부들이 다시 이혼하는 비율이 80%이라고 한다.
셋째, ‘이혼을 해서 팔자 고친다’ ‘재혼해서 더 잘 산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그러나 상담실에서 듣고 보는 현실은 너무 다르다. 재혼이란 첫 결혼보다 더 어렵다. 왜냐하면 이혼 경력을 가진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나름의 성격적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좋은 사람 만나 재혼을 해도 그의 인간관계는 쉽게 변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식 데리고 다시 만나는 배우자의 아이들까지 돌봐야 하는 재혼이라면 지금의 결혼생활보다 갈등과 고통이 더하면 했지 적지는 않다. 그리고 재혼 이후의 양육비 지급, 주말마다 떨어져 있던 아이들 방문하는 문제 등은 어찌하고… 그뿐인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자녀의 상처는 누가 책임지고…
이혼을 고려해 볼 수 있는 경우는 배우자의 심한 의처·의부증, 폭력, 마약, 도박 등의 병적 증상이 도저히 치료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내렸을 때에 한해서다. 결혼생활이 어려워도 이혼의 유혹에만은 빠지지 않는 것이 현명 하다.
행복한 부부관계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부부가 서로에게 적응하고, 서로를 섬기는 길밖에 없다.
차호원 <한미가정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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