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의 날’ 행사 준비를 보면서

2005-09-2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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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 안성중/한인의 날 자원봉사자

워싱턴 지역 한인회가 준비하고 있는 ‘한인의 날’ 행사에 자원봉사로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한인의 날 행사에 대한 이 지역 한인들의 관심과 참여 및 지원이 놀라울 정도로 빈약하다는 사실이다.
한인의 날은 우리 한인들이 모여 우리들의 위상과 미래를 향한 도전 및 비전을 나누고 이 지역 타민족에게도 알리는 한인들의 잔칫날이다. 이런 큰 잔치를 준비하기 위해 한인회 임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인회 임원들의 이런 열정과 노력을 보면 더욱 신바람이 나야할 터인데 서글픈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크고 작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지치고 풀어진 넥타이 차림은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이 되고 말았다. 마치 비가 오지 않아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잔디 마냥 입술뿐만 아니라 머리숱까지 말라 보인다. 이런 그들의 외형적 모습이 연약한 나의 심성을 자극해 나를 서글프게 하는 것일까. 그렇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한인사회를 향한 그들의 외침과 손짓이 많은 경우 허공 속에 묻혀버리고 만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서글프게 한다.
한인들의 잔칫날에 주인 격인 우리들이 그저 팔짱이나 끼고 수수방관하는 입장으로 있어야 하겠는가. 이제는 우리 스스로 나서야할 때라고 본다. 워싱턴 일대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숫자가 15만을 넘어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양적 변화를 넘어서 질적으로도 한인사회가 많이 달라져가고 있음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감지된다.
물론 아직 미국 사회에 힘겹게 적응하며 나날이 살아가고 있는 한인들도 한둘이 아닐 것이다. 또 이 지역 여러 한인단체에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한인들도 많이 있을 줄 안다. 때로는 이민 1세대를 향한 자녀들의 실망과 질타의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이런 이민생활의 역경, 갈등, 잘못된 행태 등이 더 이상 우리 한인들의 화합과 역량을 배가시키는 일에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믿는다.
이번 한인의 날 행사를 통해 우리 한인 모두가 새로운 각오와 참여로 희망찬 미래를 향한 도약의 발판을 함께 마련해봄이 어떨까 한다. 우리 모두 각자의 능력과 처지에 맞게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각종 한인 봉사단체들과 종교단체, 그리고 지역의 지도급 인사들의 기여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다수의 한인 여러분의 참여도 소중한 자산이 되리라 본다.
이번 한인의 날 행사에 절대적으로 지원이 필요한 분야가 자금이나, 어려운 자금난 속에서도 여러 가지 좋은 행사 프로그램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려는 워싱턴지역 한인회의 의지와 도전이 눈물겹기도 하다. 기부금 없이 행사를 진행할 수 있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만 지금 한인회의 규모와 역량을 감안할 때 이는 어려운 일임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행사장 부스 사용에 대해서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이라면 꼭 사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혼자, 또는 몇몇이 짝을 이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초청공연이나 체육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행사장에 한번 방문하여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인으로서 큰 자긍심을 가지게 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명나는 한인의 날을 함께 만들기 위해 한인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한다. 한인의 날은 바로 우리들의 날 아닌가.
안성중/한인의 날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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