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불법은 수사해야
2005-08-18 (목) 12:00:00
그 동안 국정원에서 파헤친 대형 부정과 불법 인권유린의 의혹들은 경악과 분노를 자아내지 않는 게 없다. 지금까지 폭로되고 제기된 의혹들은 세상에 이미 알려졌고 그것이 빙산의 일각이고 전모를 캐면 한이 없을 것 같다.
도청에서 나타난 비리와 부정, 그리고 정권을 잡고 있던 공권의 폭력은 국가 공권력을 국민과 공익을 위해 소중히 쓰지 않고 극소수 집단의 사익과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악용함으로써 빚어진 부산물이다. 이번 검찰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은 단순한 부정 척결의 차원이 아니라 이처럼 추하고 일그러진 구시대를 정리하고 저질러진 비정을 낱낱이 들추고 단죄함으로써 두 번 다시는 구시대의 악순환을 반복하지 말자는 한결같은 소망 때문이다. 곪은 상처와 묵은 찌꺼기를 과감히 걷어내고 국가경영과 질서를 바로 잡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여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검찰수사에 주어진 사명이 더 없이 크고 제기된 숱한 의혹들을 남김없이 밝히고 응징하는 일은 시대적 요청이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의혹들의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지 않거나 뒷처리가 미흡하면 시대의 역행이고 더 많은 의혹과 불신을 자아낼 뿐이다.
검찰의 수사가 완벽하기 어려운 것은 감사 당사자들의 비협조와 핵심의 회피, 감사 준비의 결여 등에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검찰의 수사권능의 한계성 때문이다. 요즘 검찰의 수사권 발동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의 수사인력으로 보아 제기된 모든 의혹을 한꺼번에 수사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면 이번 수사에서 크게 부각된 굵직한 비리만이라도 당장 착수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만들어 놓은 도청 내용은 합법성과 정당성을 결코 추인할 수 없는 행위는 민법상 당연 무효이며 형사소추의 대상으로서 의당 수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범죄행위를 찾아내는 수사 기능은 원래 누구의 지시나 법령을 기다릴 것도 없이 자동적으로 발동되고 행사되어야 하는 법이다. 수사권 발동으로 검찰수사에서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는 데도 검찰이 남의 일처럼 보고만 있다면 결코 안 된다.
기소를 하느냐 여부는 여론의 흐름과 정치 상황 등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뒤따라야겠지만 여론과 풍문에 따라 증거를 수집하고 내사에 이은 수사의 착수는 검찰이 마땅히 해야할 가장 기본이 되는 고유의 업무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있을 대형 부정과 비리, 인권유린의 의혹들과 위증사례 등을 규명하기 위해서도 실질적 진실을 파헤치고 척결하는 검찰권의 발동이 시급하다. 검찰은 국민의 진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 바로 읽어야 한다.
김석남 <민족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