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슬픈 희생

2005-07-2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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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작은 마을에 기쁨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일하시며 사셨던 김진숙 할머님이 괴한의 총탄에 갑자기 세상을 떠나심을 애도하며 분노와 억울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학교 지붕위로부터 오늘따라 까마귀가 구성지게 울어댑니다. 우리 모두의 슬픔입니다. 누구를 원망하고 소리쳐 울분을 토한들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어느덧 주위는 적막해지고 우리들 가슴속이 터지는 탄식과 뼈 속 깊이 파고드는 피눈물로 몸을 떨고 있습니다.
아포마트스 강이 먼발치로 예나 지금이나 이 도시의 슬픔을 안은 채 무심코 흘러갑니다. 폭풍으로 상처를 입은 이 고 도시는 아직 복구도 되지 않은 채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내동댕이쳐져 있고 도시 저 편에 썰렁한 남북전쟁 터와 묘지가 잠을 자듯 누워있습니다. 조용히 이곳에도 도시전쟁이 쓸고 간 지 많은 시간이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제처럼 총성이 간간이 울리고 무고한 우리가 쓰러져간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다복하게도 성장한 자녀를 두시고 한인사회를 위해서 봉사하시고 10여 년간 이 도시의 중심도로 변에 큰 자동차 상과 나란히 깨끗한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연세가 많으셔서 은퇴를 이날저날 기다리셨겠습니다.
이상하게도 한인 상점들이 도시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이 안타까운 일입니다. 주민들의 편의와 친절한 봉사와 일주일 내내 늦은 저녁까지 여는 이 편의시설이 저들의 약탈지점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약탈할 현금이 가득한 은행은 대낮에 문을 닫고, 그나마 벌써 도시 바깥으로 달아난 지 오래 전 일입니다. 오랜 동안 다수민족의 지배를, 또 학대를 받았던 저들에게 그들은 우연히도 우리의 일자리를 이 전쟁의 한복판에 활짝 열어놓은 것입니다. 저들이 학대의 논리인 학대를 경험한 사람만이 또 학대를 반복하고, 더더구나 연약해 보이는 사람을 골라서 학대한다는 통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희생을 멈추고 이 도시전쟁에서 승리, 그보다는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나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총에 총으로 싸울 수 없습니다. 불법에 법으로 승리할 수 없음을 보았습니다. 단지 첫째도 사랑이요, 둘째도 사랑이요, 셋째도 사랑인 것입니다. 저들 불량한 청소년들이 문제인 것입니다. 그들은 부모 없이, 사랑 없이, 가정교육 없이, 형제애 없이, 학교교육 없이 자란 이들입니다. 우리는 이들에게 사랑으로 사랑을 가르쳐 가는 것입니다. 종교단체의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어느 때보다 더 지역 선교가 활발해져서 특히 아주 어린이부터 사랑을 저들과 나누고 가교를 맺는 것입니다. 어린이들 초청, 부진아 교육보조, 음악운동대회, 가난한 아이들에게 학용품 사주기, 저녁 만찬 초대, 부모님 한국 알기 모임, 아이들 태권도 축구 가르치기, 유치원 아이들 초청과 놀이.
돌아가신 김진숙 할머님께서도 저 가증할 죄인을 용서하시고 고이 영면하시옵소서.
양민교/의사.리치몬드,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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