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눈] 아듀 미스터 멍키

2004-12-1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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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원(취재1부 차장)

나무 위에 매달려 재롱을 부리는 원숭이처럼 ‘원숭이의 해’ 갑신년은 대형 사고 없이 이런저런 아기자기한 일들이 많았던 해였다.
신년을 알리는 폭죽과 팡파레 소리와 함께 뉴욕시에 울려 퍼진 새해 첫 아기의 울음소리는 한인 심이슬양의 몫이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탄핵과 정치적 노선을 둘러싼 세대간의 갈등으로 부모와 자식들간의 오붓해야될 저녁시간이 침묵의 시간으로 변하더니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둘러싸고 ‘디너 타임’의 대화가 짧아졌다.


권력을 쟁취한 자들이 천자를 모시고 수도를 옮기는 얘기는 삼국지를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접했을 것이다. 중국의 삼국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일이 올해에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할 뻔 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갑신년은 정치인들에게 있어 그리 순탄한 해는 아니었다. 제임
스 맥그리비 뉴저지 주지사는 한 남자에 대한 순간적인 욕정(?)으로 권력과 가족을 동시에 잃었다.

정치인들이 ‘욘사마’의 인기 관리법을 50%만 터득했어도 지지율 80%는 거뜬히 넘을텐데... 올해 올림픽이 열리긴 열렸던가? 보스턴 레드삭스는 하늘에 있는 밤비노가 잠시 한눈을 파는 틈을 타 86년의 한을 풀었지만 한국의 수험생 몇 명은 감독관이 잠시 한눈을 파는 틈을 타 전화기를 보다가 인생을 망쳐버렸다. 가사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는 집안
일에 신경 쓰지 않고 돈놀이를 하다가 쇠고랑을 찼지만 부동산의 왕자 도널드 트럼프는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는 히트를 창조해냈다.

봉급 인상률이 석유 인상률과 비례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올해에도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갔다. 공산주의를 붕괴시킨 거인 로널드 레이건이었지만 알츠하이머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총알보다 빠르고 기차보다 더 단단한 ‘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도 낙
마 사고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말 하늘로 날아 갔다. 과격 회교도 테러범들은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김선일씨의 목을 무참하게 베어 한국 네티즌들의 심기를 건드렸으며 이스라엘은 ‘내가 죽거든 양지바른 예루살렘에 묻어달라’는 아라파트의 소원을 거절
했다.

인류가 조류독감 공포에 시달리더니 정작 걱정했어야될 병은 일반 독감이었다. 닭의 해 을유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닭은 동이 트는 아침을 우리들에게 힘차게 알려주는 동물이다. 그런 면에서 2005년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희망찬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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