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무로 아이스크림 만든다

2001-05-09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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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룰로즈 성분, 플라스틱 원료로도 광범위하게 사용돼

집과 가구를 만드는 나무가 종이의 원료임을 아는 사람은 유식한 축에 속한다. 그러나 나무에서 아이스크림과 플라스틱 원료를 뽑아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가히 전문가 급이라 할 수 있다.

목재업이 활성화되고 세계적 제지회사인 웨어하우저가 있는 워싱턴주의 주민들은 십중팔구 이 회사가 나무에서 펄프를 추출해 종이를 만듦으로써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웨어하우저의 에버딘 인근 코스모폴리스 공장에서 식품 첨가제인 셀룰로즈를 생산,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른다.


목재의 주성분인 셀룰로즈는 아이스크림이나 수프가 쉽게 녹거나 묽어지지 않게 해줘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셀룰로즈라는 말이 생소한 사람들도‘식이섬유’라면“아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목재를 화학적으로 처리했대서 인체에 유해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셀룰로즈는 이미 FDA 검사를 통과한 유서 깊은 식품 첨가물이다.

재료 진화 과정에서 목재가 플라스틱의 할아버지 뻘 된다는 것도 흥미롭다. 현재 플라스틱은 대부분 석유에서 추출된 화학물질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100여년 전 상아 당구공의 대체원료로 목재에서 개발해낸 셀룰로즈를 플라스틱의 효시로 꼽는다.

이 실패한‘당구공 프로젝트’에도 불구하고 목재에서 유도된 플라스틱은 현재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유명한 볼펜 제조사인‘빅’의 투명 볼펜 대롱이 셀룰로즈 제품이며‘오랄-B’사의 투명 칫솔대도 대부분 셀룰로즈로 만들어지고 있다.

셀룰로즈는 종이에서부터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재료의 단가가 다른 플라스틱 재료보다 높지만 촉감과 내화학성이 좋으며 자연 친화적인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100여년 넘게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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