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난처’ 도시 전쟁선포
▶ “자금 중단” 행정명령
▶ 트럭기사 영어 의무화
▶ 백악관 불체자 사진까지

백악관 앞에 세워진 불체자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이민단속 강화를 골자로 한 추가 행정명령 3건에 서명하며 반이민 정책 기조를 더욱 선명히 드러냈다. 피난처 도시 명단 공개와 상업용 트럭 운전사 대상 영어 능력 강화, 그리고 경찰에 대한 법적 지원 제공 등이 핵심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8일 백악관에서 발표한 행정명령을 통해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과 협력하지 않는 지방자치단체, 일명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ies)’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섰다. 그는 팸 본디 연방 법무부 장관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피난처 도시 명단을 전면 공개하라고 지시하고 이들 지자체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행정부 차원의 대응을 예고했다.
피난처 도시는 서류미비 이민자(불법체류자)들의 신병 확보에 협조하지 않거나 관련 정보를 연방 당국에 공유하지 않는 지역 정부를 말한다. 이들 도시는 ICE의 단속 활동이 지역 공동체의 신뢰를 해치고, 지역 치안 유지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협조를 거부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이처럼 협조를 거부하는 지자체를 상대로 연방 자금 지원 중단을 시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LA와 뉴욕 등 대표적인 피난처 도시가 직접적인 타겟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 대변인 캐롤라인 리빗은 “공공안전을 위한 연방 이민 당국의 법 집행 노력을 방해하는 행위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단속 강화의 성과도 적극 부각시키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잔디밭에 ICE에 의해 체포된 불법체류자 100명의 얼굴과 범죄 혐의가 적힌 포스터를 전시하며 단속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연방 국경순찰대에 따르면 지난 3월 불법 국경 월경으로 체포된 인원은 약 7,200명으로, 이는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고치였던 2023년 12월의 25만 명에 비해 극적으로 감소한 수치다. 국경정책 책임자 톰 호먼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은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을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98일 만에 약 13만9,000명의 불법체류자가 추방됐다”며 ICE의 활동이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강경 이민 정책을 다시 한 번 부각시키며, 재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반이민 정서를 바탕으로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연방 대 지자체 간의 갈등 구도를 재점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강경책에 대해 인권단체와 일부 지방정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연방정부의 자금 중단 조치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향후 법적 공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업용 트럭 운전사들에게 능숙한 영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 별도의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그는 “전문 운전 기사에게 영어 능력은 타협할 수 없는 안전 요건”이라며, “도로 표지판을 읽고, 단속 요원들과 소통하며, 영어로 된 지침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명령에 따라 연방 교통부는 영어 능력 시험 기준과 시행 방침을 새로 발표할 예정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공무 수행 중 불법행위로 기소된 경찰관에게 무료 법률지원을 제공하고, 범죄 예방을 위해 군사 자산을 지역 경찰에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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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