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의 날’

2001-05-08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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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실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요...어머니의 사랑은 가이없어라”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제목의 이 노래를 모르는 한인들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오는 13일은 어머니날이다. 어머니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머니와 가정은 동의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밀접하다. 어머니가 훌륭하면 십중팔구 그 가정도 훌륭하다. 아버지날이 없는데 굳이 어머니날을 따로 정한 것은 가정에서 차지하는 어머니의 역할, 아내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하는 좀 엉뚱한 생각이 든다.

최근 아마존닷컴의 서적판매 베스트셀러 목록에“항복한 아내”(the Surrendered Wife)라는 책이 10위에 올랐다. 저자인 로러 도올 여사는 세상의 아내들에게“남편을 비판하는 일을 중단하라. 남편에게 보인 경망스러운 행동을 사과하라. 모든 경제권을 남편에게 일임하라. 남편이 원하는 일에만 집중하라”고 충고했다. 자신이 남편에게 항복한 결과 비로소 행복하고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본국이든 이곳이든 한인들에겐 어머니날보다‘부부의 날’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깨지는 가정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각 지역 한인사회의 가정상담소가 집계한 통계를 보면 남편폭행, 배우자 부정, 별거, 이혼 등 부부간의 갈등에 대한 상담이 자녀문제나 경제파탄, 질병 등에 관한 호소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 교수는“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는 남편의 심리적 공백감이 가정파탄의 원인이 된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현명한 아내들은 스스로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는 남편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느끼도록 이끌어 가정파탄을 미연에 방지한다.

이민가정에선 대개 남편의 권위가 줄어든 대신 부인의 지위는 상대적으로 격상된다. 미국이 남녀평등 사회인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남편의 사회적 신분이나 직업만족도가 본국에서보다 대부분 떨어지는 반면 부인은 직장이나 사업을 통해 본국에서 갖지 못했던 경제력을 확보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 남편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며 가부장으로서의 남편의 권위를 부인이 더 이상 존중하지 않을 때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사람들에게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을 가르쳐온 사람이 얼마 전 이혼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부부문제는 수학공식 풀이나 화학기초 맞추듯이 틀에 박힌 것이 아니다. 결혼식장에서 천명한 선서내용대로만 실천한다면 어느 부부나 행복하게 백년해로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시간이 흐르고 환경이 바뀜에 따라 사고와 가치관이 바뀔 수밖에 없다.

자고로 한인 어머니의 이미지는 자기희생이다. 없는 듯하면서 있고 지는 듯 항상 이기고, 가냘픈 눈물 속에 산을 옮기는 힘을 갖고 있는 분이 바로 어머니다. 그 어머니라는 단어를 아내라는 단어로 대치해도 여전히 진리다. 특히 이민생활을 엮어 가는 어머니와 아내들은 본국에서보다 몇 배나 많은 위로와 칭송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한인사회의 남편들이여, 오는 어머니날엔 자신의 어머니는 물론 자기 자녀들의 어머니인 아내에게 자녀들에 앞서 먼저 장미꽃을 바쳐 어머니날을 부부의 날로 승화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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