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년도 1/4분기 경제성장률 실적은 많은 경제전문가들의 큰 관심사였다. 왜냐하면 1999년 하반기부터 2000년 상 반기중 미국 경제는 연평균 6%의 고성장을 누리다가 작년 하반기 중에는 성장이 거의 멈출 만큼 급격히 완화추세에 들어섰고 금년 초부터는 경기위축이 시작돼 본격적인 불황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 상무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3월까지의 경제성장률은 2%로 작년 말 성장수준이었던 1%보다도 오히려 높게 나타남으로써 다소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비관론자들의 예상을 뒤엎고 경기가 다소 호전된 배경으러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낮은 주택금리에 힘입어 선전하고 있는 부동산 경기와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감원와중에서도 아직은 낮은 실업률 덕분으로 소비가 적은 규모로나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1990-91년에 겪었던 미국 경제의 불황은 1980년대 말 끝없이 솟아오를 것만 같았던 부동산 경기가 한계에 부딪치며 하락하기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크게 작용했었다. 건설업자는 농부와 비슷한 점이 많이 있다. 농지가 있으면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경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농부들처럼 건설업자들도 대지가 있고 건축에 소요되는 자금만 확보되면 망치질을 시작한다.
임시로 주택부족 현상이라도 생기고 집 값이 뛸 것 같으면 경쟁적으로 주택단지를 조성하며 새집 짓기에 열을 올린다. 과잉공급 현상으로 집이 팔리지 않을 때까지 집을 지어대다가 가격이 폭삭 떨어지게 되면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주택 경기 순환을 경험했지만 그 패턴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현재 겪고 있는 경기침체의 주 요인은 소위 신 경제부문의 과잉 생산에 의한 재고 적체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주식가격 폭락과 과다 투자로 인한 투자감소는 전자제품, 컴퓨터 및 각종 통신기재 등 연간 30% 이상씩 수년동안 늘어난 결과로 생긴 시설 과잉에서 비롯된 당연한 결과이다.
1995년부터 2000년 초반까지 미국 기업들은 최신 장비 투자에 지나치게 열을 올렸다. 그 대열에서 낙오되면 영구히 회복할 수 없게 된다는 조급함은 거의 강박관념이 되어 컴퓨터 등 신기재에 엄청난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경제는 생산성 향상이 뒤따랐으며 성장 가능한계 또한 크게 늘어났다. 예전 같았으면 미국 경제가 물가 상승 유발없이 커갈 수 있는 성장 가능속도가 2%를 약간 상회하는 정도였지만 현재는 그 두배에 해당하는 4% 선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예를 들면 작년도 경제성장률 5% 중에서 적어도 1%는 신기술 부문 투자 때문이었으나 금년과 앞으로 당분간은 신기술 투자감소가 전체 성장률을 크게 압박하게 될 것이다. 작년도 신기술 분야 총 투자액은 7천억달러 정도나 됐지만 금년 첫 3개월 동안은 연 6% 이상 감소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