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희망을 가진 자를 끝내 성공으로 이끈다는 사실을 최근 가슴 뭉클하게 실감했다. 또 성공은 성공 자체의 높이가 아니라 그 바탕이 된 역경의 깊이에 의해 평가된다는 역설적 진리도 새삼 깨달았다.
지난주 토요일(4월 28일)자 한국일보에서 맹인교수 강영우 박사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인간 능력의 무한함을 배웠다. 중학교 때 사고로 장님이 된 강 박사는 대학교수, 루즈벨트재단 이사, 유엔 장애인 위원회 부의장 등 성한 사람들도 성취하기 어려운 굵직한 직함을 여러 개 갖고 있는 터에 최근엔 백악관 장애인 국정위원장 후보에까지 올랐다.
필자는 그에 앞서‘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는 책을 읽고 이미 크게 감명을 받은 터였다. 경남 월내서 가난하게 태어나 서울 청계천 변을 전전한 가발공장 여직공 서진규씨가 하바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게되기까지 넘어야했던 역경을 자서전 형식으로 서술한 책이다.
“니, 어릴땐 참말로 멍텅구리였데이”로 시작되는 이 책에서 서씨는 는 세 식구가 배를 곯으며 기차길옆 오막살이에 살았던 일, 가발공장에서의 피눈물나는 노동, 23세의 처녀로 미국에 식모살이 오며 처음 먹어본 양식(기내식)을 부스러기까지 핥듯이 비웠던 일, 시애틀에서 합기도 사범을 만나 임신했던 일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다.
지옥 같은 절망 속에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은 서씨는 새 출발의 방편으로 미육군에 사병으로 입대, 장교로 계속 승진했다. 고급장교가 된 후(서씨는 중령으로 제대했다) 그녀는 밑바닥 출신으로는 언감생심이었던 하바드대의 학생이 됐고 소녀시절 가족과 이웃들로부터“가시나가 어데, 건방지구로…”라며 천대받았던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었다.
서씨는 역경이 닥칠 때마다‘필요한 것’‘갖고 있는 것’‘준비해야할 것’을 저울질하며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고생은 이길 수 있고 결심을 이루기 위해 죽을 각오까지도 서슴치 않았다는 그녀는“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원효대사의 가르침을 체험했다고 털어놓는다.
서씨는 미국 올 때(1971년) 1백달러를 쥐어준 아버지에게 수천배로 갚아드리고 형제들을 미국으로 초청이민 하는 등 자기의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장식하고 있다. 분명히 그녀는 자기의 책제목처럼 절망과 실의에 빠진 많은 한인 이민자들에게‘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다.
우리 주변엔 잘 나가는 사람보다 답답한 처지에 놓인 사람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태평양을 건널 때 품었던 청운의 꿈이 몇차례 실패를 겪으며 퇴색한다. 핑계 없는 무덤이 없듯 실패에도 이유가 있기 마련이지만 역경을 극복하는 것은 실패가 주는 축복임을 서씨는 증거하고 있다.
높은 꿈을 향해 초지일관 달려온 서씨가 쓴 책이 한인사회에서 널리 읽혀지면 좋겠다. 서씨와 강 박사는 인간의 잠재력이 무한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할 수 있다”“하고야 만다”는 정신자세다. 두 사람 모두 원대한 계획을 서두르지 않고 추구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인생 목표의 사다리를 한 단계씩 꾸준히 올라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