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저금리 정책

2001-05-01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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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은행이 4월18일 0.5% 금리인하 조치를 전격 발표함에 따라 현행 단기금리는 4.5%로 내려왔다. 금년 들어 4개월만에 네 번째 단행한 금리절하 결정은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이어지는 사태만은 방관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금융정책 당국자의 단호한 의지 표시이다.

이는 또한 금리가 앞으로도 더 내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단기간 동안에 두번씩(1월3일과 4월18일)이나 정기 FOMC 회의 를 기다리지 않고 큰 폭으로 금리 인하를 실시한 것은 미 금융정책사상 보기 드문 예로 미국 경제의 심각성을 잘 반영해 준다.

현재 단기금리 4.5%는 작년말의 6.5%에 비해 무려 2포인트나 떨어져 1994년 중반 이후 거의 7년만에 보는 낮은 수준이다. 작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악화일로에 있는 미국 경기 특징은 기업 이윤율 저하와 이에 따른 기업 투자 감소, 그리고 주식가격폭락에 따른 소비자 자신감 상실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종전의 경기 하강국면과 크게 다른 점 하나는 실업률이 아직 거의 완전고용이나 다름없는 4%대에 머물고 있어서 소비수준은 비교적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번 단기금리 인하는 많은 투자자와 경제 전문가들이 기대하지 않았던 시점에서 발표돼 가히 기습적이라고 일컬을만하다. 미국 경제가 불황을 겪지 않고 금년 1/4분기에 이미 최저점을 통과한 뒤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징후가 하나씩 나타나고 있으며 주식시장도 4월초부터 급등현상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제 관측자들은 오는 5월15일 열릴 FOMC회의에서 금리절하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과거 경험으로 보면 금리정책이 큰 효과를 낼 때는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을 때보다는 불의에 시행됐을 때 충격 효과가 더 컸다. 4월 18일만 해도 금리인하 발표가 있기 이전부터 상승세에 있던 주식가격이 인하 발표직후 폭등세로 돌아섰던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새 금융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기까지는 대략 반년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지만 우선 금리 인하를 신호로 금융기관에서 일제히 우대금리를 8%에서 7.5%로 내리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대출 금리 부담도 즉각 줄어든다. 소규모 기업들과 자동차나 주택 구매 등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에게도 저금리의 혜택이 금방 돌아가게 돼 경제 활동을 자극하게 된다.

금리 변동에 민감한 미국경제지만 어느 경제와 마찬가지로 일단 하강 국면에 들어선 상황을 되돌리는 작업은 쉽지않다. 특히 최근 경기 약세는 과거와는 달리 초과수요에 의한 인플레이션 현상은 찾아 볼 수 없는 반면에 기업의 과대투자에 따른 과잉재고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동차 업계의 재고문제는 다소 나아지는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신기술 기업들의 재고문제가 무척 심각하다. 신경제의 기수이던 시스코 시스템(Cisco Systems)사의 25억달러가 넘는 초과재고량 소식은 문제의 심각성을 들어내주고 있다.

미국 연방 준비은행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온 불황 구원정책은 말할 필요도 없이 저금리 정책을 통한 수요진작인데 현재 미국경제 상황은 기업의 과대투자와 소비자의 막중한 부채 부담이 코앞의 문제임을 감안할 때 저금리가 어느 시점에서나, 그리고 얼마만큼의 효력을 발휘하게 될지가 가장 큰 관심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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