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부흥사인 빌리 그레엄 목사가 집회시간에 쫓겨 과속으로 달리다가 순찰 경관에 적발됐다. 경관은 그레엄 목사를 알아보고 자기도 부흥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며 정중하게 인사했다. 봐주는 줄로 기대했던 그레엄 목사에게 그 경관은 냉정하게 티켓을 발부했다. 그레엄 목사는 속으로“봐주지 않을 거면 아는 체나 말지...”하고 투덜거리며 티켓을 받았다.
떠나려는 목사에게 그 경관은 한가지를 더 건넸다. 벌금 액수가 적힌 자신의 수표였다. 한인사회에 널리 알려진 임동선 원로목사(LA 동양선교교회)도 젊은 시절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일요일 새벽 신자 가족을 급히 북가주의 샌호제까지 데려다주고 예배시간에 대기 위해 달려 내려오다가 순찰대원에 적발됐다. 사정 얘기를 했지만 그 경관은“우리 교회 목사님이라도 못 봐드린다”며 티켓을 발부했다. 임목사는 교회에 전화를 걸어 그날 설교를 부목사가 대신하도록 하고 그 경관의 충고대로 샌호제 법원에 들러 티켓 말소 처분을 받고 돌아왔다.
미국은 법이 무서운 나라다. 대통령도 법을 어기면 가차없이 벌금을 물린다. 그레엄 목사를 단속한 경관은 그를 봐주는 방편으로 티켓 발부를 유보하지 않고 벌금을 대신 물어줬다. 임목사를 적발한 경관도 티켓을 발부한 후 합법적인 말소방법을 가르쳐줬다. 미국사회의 치안이 유지되는 것은 우선 일선 경관들의 법 적용이 엄격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인구 1천명 당 2.5명 꼴의 수사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애틀을 비롯한 전국의 1만3천313개 지방 자치단체가 자체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인종 표적단속의 시비가 일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은 법 집행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미 전국 형무소에는 총 1백30만명의 죄수가 복역하고 있으며(1999년 현재) 워싱턴주에는 그 2.8%인 1만4천6백여명이 수용돼 있다(1998년 현재).
미국 경찰의 공정한 법 집행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함을 선언한 기본법으로서의 헌법에 근거한다. 세계 인류문화사에서 헌법이 근본법으로 등장한 것은 미합중국의 연방헌법(1788년 3월4일)이 효시였다. 이번 주는 그 헌법이 제정된 지 213주년을 맞는‘헌법의 날’로 시작됐다.
한국에도 제헌절이 있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대한민국 헌법은 일본의 식민통치가 끝나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뒤에 생긴 것으로 그 역사가 고작 반세기 남짓하다. 준법정신을 배울 겨를도 없이 법질서가 확고한 미국에 이민 온 탓인지 우리 한인사회는 살인, 강도, 탈세, 폭행, 협박, 공갈, 음주운전 등 각종 범법행위로 얼룩져 있다. 법 집행이 엉성한 한국에서 미국으로 도피해오는 파렴치범들도 많다고 한다.
법 테두리 안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는 것이 이민생활의 지혜다. 다민족과 다양한 문화가 특징인 미국은 모든 시민에게 보편적인 준법정신을 요구한다. 도로에 노란 선이 그어져 있으면 누구나 이 선을 넘지 말아야한다. 하찮은 룰을 지키는 것이 곧 준법정신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한국보다 좋은 미국의 법질서를 찬양하면서 실생활에서 법을 무시하려든다면 이민의 꿈은 한낱 낭패일 뿐이다. 범법기록은 결코 자랑거리가 아니다. 영국 속담에“쥐덫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미국의 경찰력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고 법을 지키며 넉넉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