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경기와 소비자 자신감

2001-03-06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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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경제활동 약화 기미가 보이면 중소기업보다 오히려 대 회사들이 먼저 감원 발표로 부산을 떤다. 지난 석달 동안에도 예외 없이 포춘 500 기업들이 날만 새면 직원 목자르는 뉴스를 불어댔다. 이름난 회사들간에 감원 경쟁이라도 벌어진 듯한 양상이다.

경제학자 100명이 모이면 같은 현상을 두고도 백가지 이견이 돌출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이번 경기하강 현상을 놓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이 분분한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사실 누가 한치 앞일을 안다고 큰 소리 칠 수 있겠는가.

미국 경제는 정말 불황에 빠질까? 정답은‘빠지지 않을 가능성이 다소 더 높다고 볼 수 있으나 빠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일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은 1월중 단기금리를 6.5%에서 5.5%로 서둘러 내렸다. 3월중에 열리는 FOMC 회의에서 이자를 더 내릴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저금리 시대가 열리게 된다. 그렇다면 거의 신으로까지 대접받는 연방준비은행 총재 앨런 그린스팬은 이번에도 경제수명 연장에 성공할 것인가? 그럴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장담할 수는 없다.


미국 경제를 지금처럼 불황에 근접하게 만든 일부 원인은 그린스팬이 1999년 중반부터 2000년 후반까지 고집한 고금리 정책에도 있다. 그 사람 같은 경제의 달인도 시의에 꼭 맞는 정확한 금리 정책을 집행하기가 쉽지 않다. 그린스팬도 추측과 육감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월에 부랴부랴 실시한 금리인하도 적기를 놓친 감이 있다. 그래도 금년 말에는 그 약효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불황의 진짜 요인은 무엇인가? 아마 가장 큰 요인은 소비자 심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심리를 정확하게 예견하거나 자로 잴 재간이 없는 한 불황의 출현을 확실하게 예상하기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가 어떤 이유로든지 자신감을 상실하면 소비활동을 줄이고 기업은 기업 확장을 위한 투자와 신규 채용을 삼간다. 감원이 뒤따르고 실업률이 늘어난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감원 사태도 결국은 소비자 자신감 상실 결과로 볼 수 있다.

소비자 심리를 수치화 하기 어려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체계적으로 심리 수치화 노력마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소비자 자신감 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로는 컨퍼런스 보도(Conference Board)가 매월 조사하는 지수와 미시간 대학교가 발표하는 지수가 있다. 이 두 기관에서 나오는 월별 소비자 심리 척도는 다소 다른 방법에 의해 자료가 수집, 분석되지만 결론은 매달 비슷하게 나온다.

소비자 자신감 지수의 가장 큰 약점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각종 매스컴의 부정적인 경제뉴스에 대한, 현실과는 다소 다를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인지, 아니면 소비자 각 개인의 경제여건 변화를 표현하는 것인지가 분명치 않다는 사실이다.

금년 2월중 미국의 소비자 자신감 지수는 감원사태와 주식시장 침체로 10년전 불황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4개월째 연속 내리막길이라 중앙은행은 물론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이 지수의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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