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익장 한인들 단골 코스...‘시애틀의 수락산’
비오는데 산엔 왜 가느냐는 사람들, 등산로가 험하고 장비도 없어 안 간다는 사람들, 특히 혼자서 쓸쓸하게 산행하는 것이 싫다는 사람들에게 권할만한 산이 있다.
먼로 동쪽의 골드 바에 자리잡은 월리스 폴스 주립공원(Wallace Falls State Park)이 바로 그 산이다. 시애틀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남짓한 거리이고 피크닉과 캠핑장을 겸한 공원 주차장에서 폭포까지 고작 2.5마일, 가득(加得) 고도도 900피트에 불과하다. 등산로에 눈이 없어 시애틀 P-I 신문도‘겨울철의 6대 권장 등반코스’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 코스는 길지 않아도 갖출 것들을 아기자기하게 다 갖추고 있다. 하늘을 가린 전나무 숲, 시원한 물소리, 무주구천동을 닮은 계곡과 그 위에 걸린 나무다리들, 양념 같은 지그재그 길(switch back), 천지연처럼 웅장한 폭포,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스카이코미시 밸리의 탁 트인 전망, 코스 중간쯤에서 폭포를 올려다볼 수 있도록 자리잡은 정자 등등...
그러나, 이 산의 가장 큰 매력은 한인들, 특히 노인들이 많이 찾는다는 점이다. 지난 주 토요일(3일)엔 아침나절에만 25명이 올랐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배낭도 없이 허위허위 오른다. 지팡이(스키 폴)를 짚은 사람도 있지만 운동화 차림도 있다. 여기 저기서 한국말 소리가 메아리 져 영락없이 북한산이나 수락산에 온 기분이다.
이 산의 단골 등반객인 한하교씨(스노호미시 한인 노인회장)는 시애틀 일원에 좋은 산들이 많지만 이곳만큼 노인들이 운동 삼아 오르기에 적합한 산은 드물다고 말했다. 역시 개근상감인 김현길박사(연방 도시주택부 수석 검사관)는 시애틀엔 비가와도 이 산에서 비를 맞은 적은 없다며 “차-암, 좋습니다!”를 연발했다.
정식으로 등산클럽을 결성한 것도 아니지만 이들 노인은 매주 토요일 아침 9시 먼로의 맥도널드 주차장에 모여 카풀로 공원 주차장까지 간다. 세시간 정도 걸려 등반을 끝낸 뒤 피크닉 테이블에 둘러앉아 간식을 드는 이들의 얼굴엔 홍조가 넘친다.
시애틀에서 2번 도로를 통해 먼로(Monroe), 술탄(Sultan), 스타텁(Startup)을 지나 ‘금괴’라는 뜻의 골드 바(Gold Bar) 시내에 들어선 뒤 사인판을 따라 동북쪽으로 2마일 가면 주차장이 나온다. 프리웨이에서 눈조각처럼 보이는 월리스 폭포의 실제 높이는 265피트나 된다. 2개의 등반 코스 중 계곡 물을 따라가는‘우디 트레일’을 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