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성장이 2000년 하반기부터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불황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보는 사람이 늘어났다. 그러나 완만한 경제성장속도와 경제 규모 수축과는 구분해야 한다. 불황은 성장속도가 마이너스로 진입하면서 소비와 투자활동이 줄어들고 실업자를 양산해 내는 규모의 감소를 의미한다. 아직까지는 미국경제가 그 지경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미국경제 비중은 반세기 이전에 비하면 크게 줄어들기는 했지만 아직도 22%나 되기 때문에 가히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유럽 각국의 경제를 모두 합해도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양은 미국보다 낮은 20%이며 세계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일본 경제는 미국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8%이다. 그리고 한국을 위시한 소위 중진국들을 합하면 7%가량 된다.
일본 경제가 10년 이상 힘을 못쓰고 있고 유럽경제 또한 높은 실업률로 별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중한 미국 경제의 서행은 전세계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0년 동안 누려온 미국 경제 붐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 미국이 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연간 물량 총액은 1.7조달러($1.7 trillon)에 이른다. 2000년도에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4,300억달러($430 billion)나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이는 1995년에 비해 무려 4배나 커진 금액이다. 미국의 교역 역조현상이 심하면 심할수록 다른 나라 경제에는 고용 및 외화보유고 증대를 준다고 볼 수 있다.
1997년 아시아 경제 위기 이후 미국 금융기관에 의한 해외 신규 대부는 크게 줄었으나 미국 기업들의 해외직접 투자는 더 늘어났다. 1996년도 해외직접 투자액은 1,200억달러($120 billion)였지만 1999년에는 1,500억달러($150 billion) 이상으로 불었다. 미국 경제 붐이 세계 경제에 이바지한 한 단면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미국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지만 다른 나라 주식시세 역시 미국 주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미국 주식시장은 바로 미국 경제의 거울이다. 미국 경제가 세계 주식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세계주식시장에 상장된 IT(Information Technology) 관련 회사 주식들은 거의 예외 없이 미국 IT 회사 주가변동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IMF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기술 부문 주가가 1달러씩 변동할 때마다 유럽의 기술부문 주가는 77센트씩, 아시아 주식시장에서는 59센트씩 반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짐작할 수 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 소비활동 감소에 따른 수입이 우선 줄어들게 된다. 수출의 80~90%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멕시코와 캐나다는 말할 필요도 없고 전자제품의 대부분을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한국 등 아시아 제국도 이들 제품에 대한 가격 약화는 물론이며 수출 양도 감소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1999년도 한국 수출 총액 중 전자제품이 3분의 1이나 차지했었다.
세계경제를 구원하는 의미에서도 미국경제가 불황을 피해서 나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