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먼저 그 부모를 비난한다. 아이가 버릇없이 굴어도“뉘 집 자식이냐?”며 그 부모부터 들먹인다. 그러나 세상에 자기 자녀를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 누구나 온 힘을 다해 자녀들에게 더 잘 해주려고 애 쓴다.
필자는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자녀의 장래를 위해 애쓰지 않는 부모를 거의 본 적이 없다. 다만 자신의 훈육 방식과 나름대로의 사랑하는 방식에 말썽의 소지가 있음을 미쳐 깨닫지 못하고 방치했을 뿐이다. 부모들의 유별난 양육 태도는 조부모에게서 부모에게로 전수됐고, 다시 부모에게서 자신에게로 이어지면서 그 가문에서는 그러한 양육 태도가 자녀를 다루는 나름대로의‘올바른 방식’으로 정립돼버린 것이다.
가령 어떤 어머니가 자녀에게 "늦었다. 어서 일어나라" "빨리 밥 먹어라" "학교 가거라" "우유는 남기지 말고 다 마셔야한다"고 날마다 되풀이해서 채근한다면 이는 어린 시절에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운 대로 실행하는 것일 뿐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태도가 아이에게 관심을 표명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가정분위기 속에서 자랐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와 쓰라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었던 경험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도 그 음식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초저녁인데도 어머니의 잔소리 때문에 잠자리에 들어야 했고 그때마다 울화통이 치밀었던 기억이 있는 사람은 어른이 된 후 아주 늦은 시각까지도 잠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와 형제자매들의 유별난 태도가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는 했으나 그 부모들은 자신의 부모들에게서 전수 받은 대로 자기 역량을 다했을 뿐이다.
어떻든 간에 우리의 부모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생각했던 것처럼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그들을 보통 사람으로서 있는 그대로 이해해야 한다. 여느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나름대로 문제를 지닌 평범한 인간으로 봐줘야 한다. 부모들은 자식들을 양육하는 방법론에서 잘못이 있지만, 그러나 그들로서는 자신이 이해한 바에 따라 최선을 다 했던 셈이다.
현재 행동에 문제가 있는 자녀들에게 변화를 가져오려면 먼저 자신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부모들의 지나친 태도, 즉 자녀에게 해악을 끼친 태도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부모를 탓하거나 부모에게 책임을 돌리자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살아가는데 그와 같은 해악적인 태도의 영향을 계속해서 받지 않게 하려는데 목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