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투표날 “美 51번째주” 또 언급…한국시간 29일 오전 결과 윤곽
▶ 집권 자유당, 3개월간 극적인 지지율 반등…野 보수당, 막판 역전 노려

캐나다 토론토의 한 투표장 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와 '합병 의지 표명'으로 미국과 캐나다 간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28일 캐나다의 운명을 가로지을 총선 투표가 개시됐다.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자유당의 승리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일 캐나다를 향해 또다시 "미국의 51번째 주(州)가 되라"라고 언급하며 이웃 나라 캐나다의 정치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고 나섰다.
CBC 방송 등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이날 캐나다의 차기 집권당을 결정지을 총선 투표가 동부 지역 투표소를 시작으로 캐나다 전역에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온타리오주, 퀘벡주 등 대부분 지역의 투표는 캐나다 동부시간 기준 이날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 29일 오전 10시 30분)에 종료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와 유콘주는 이보다 30분 뒤에 투표가 마무리된다.
투표가 마무리된 지역에서는 언론사들이 종료 직후 선거 예측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온타리오주(122석)와 퀘벡주(78석) 2개 주가 전체 의석수 343석의 58%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한국시간 29일 오전 중 어느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승리할지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선거일 직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마크 카니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 자유당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3개월간 극적인 지지율 반전을 이뤄내며 집권 연장을 이룰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캐나다 CBC 방송이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발표하는 여론조사 트래커에 따르면 자유당의 지지율은 투표일 전날인 27일 기준 42.8%로 제1야당인 보수당(39.2%)을 3.6%포인트 앞섰다.
전국적인 지지율 격차는 크지 않지만 의석수가 많은 온타리오주와 퀘벡주,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자유당 지지율이 높아 자유당의 선거 승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CBC 집계에 따르면 자유당이 단독으로 172석 이상의 과반 의석을 확보할 확률은 70%였으며, 단독 과반은 아니지만 최다 의석으로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은 19%로 예측됐다. 두 경우를 합산한 자유당의 총선 승리 확률은 89%를 나타냈다.
의원내각제인 캐나다는 유권자가 국가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지 않으며 선거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정당의 지도자가 총리가 돼 내각을 이끈다.
지난 2021년 총선의 경우 자유당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지만, 진보 성향의 신민주당(NDP) 지지를 얻어 집권 연장에 성공한 바 있다.
이미지 확대캐나다 집권 자유당의 카니 총리(오른쪽)와 야권 보수당의 포일리에브르 대표
캐나다 집권 자유당의 카니 총리(오른쪽)와 야권 보수당의 포일리에브르 대표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집권 자유당이 캐나다는 물론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정치적 대반전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초만 해도 캐나다 제1야당인 보수당의 총선 승리가 유력시 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차기 캐나다 총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끌어 온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불만으로 지지도가 지속해서 하락했다.
인기를 잃은 집권 자유당은 지난 1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인 보수당에 20%포인트 넘게 지지율이 뒤처졌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뤼도 전 총리가 사임을 발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를 겨냥해 관세 압박을 가하고,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캐나다인들의 반미 감정을 자극해 자유당의 지지율이 급반등했다.
게다가 야당인 보수당의 포일리에브르 대표는 국민들 사이에 '반트럼프 정서'가 커진 상황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의 트럼프'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오히려 이것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자유당의 실정을 공격하는 데만 치중해온 나머지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선거 쟁점이 바뀐 뒤에도 적절한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캐나다와 영국의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경제통'인 카니는 정치 경력 부재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응할 안정적인 적임자임을 자부하며 지지율 반등을 끌어냈다.
다만, 선거전 막판에 접어들면서 자유당과 보수당의 지지율 격차가 다시 좁혀지면서 일각에서는 최종 선거 결과를 볼 때까지 자유당 승리를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일 직전인 지난 26일엔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에서 거리 축제 도중 차량이 군중을 향해 돌진해 11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져 각당 대표들이 마지막 유세 일정을 대거 취소하고 희생자들에 애도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8일에도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해야 한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총선 당일까지 캐나다의 선거판을 뒤흔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캐나다 국민을 향해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고 군사력을 무료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힘과 지혜를 갖춘 사람을 선택하라"며 사실상 보수세력인 자유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된다면 관세나 세금 없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목재·에너지와 다른 모든 산업을 4배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