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 대학교육

2000-07-03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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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이미 정평 나 있는 미국 고등 교육은 정말 많은 장점들을 지니고 있다. 지원자의 전공과 무관하게 입학전형을 실시한 뒤 재학 중 자신의 적성을 평가해가며 전공 분야를 결정하게 하는 점도 이상적이고, 초지를 관철하지 못했을 경우 재삼재사의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도 대단히 바람직한 점이다.

1~2학년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졸업할 때까지 수강 과목 선택에 거의 무제한의 자유가 허용돼 전공 이외에 관심 있는 학문을 탐구할 수도 있고, 고등학교 성적이 다소 부진하여 2년제 대학에 입학했더라도 초급대학을 좋은 성적(워싱턴주 경우는 평균 학점 2.75이상)으로 마친 후 4년제 정규대학 전학을 원하면 자동적으로 뜻이 이뤄져 학사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대학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점은 무엇보다도 교육을 가정의 경제적 형편으로부터 거의 철저하게 독립시키는 점이다. 워싱턴주의 4년제 주립대학교 1년 등록금은 3,400달러이며 초급대학은 그 반정도 밖에 안 된다. 우선 절대금액 자체가 과다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학교 내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일거리를 통해 학비 일부는 쉽게 조달할 수 있다. 또 각종 학비 보조금이 수없이 많고 연방 정부가 지급하는 학자금 융자는 졸업 후 수년에 걸쳐서 할부로 갚으면 된다.


주 정부의 각종 학비보조 프로그램도 다양해서 매년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하고 있다. 워싱턴주의 경우 2000년도 한해에만 각종 장학금 예산이 1억달러가 넘는다. 이중 대표적인 것으로 중간이하 소득 층 학생들에게 지급하는「Need Grant」 8천만달러 이상,「Work Study」1천5백만달러, 「Educational Opportunity Grant」 2백90만달러, 고등학교 졸업 성적 상위 15%에 주어지는 「Washington Promise Scholarship」 2백80만달러, 그리고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수여하는 「Washington Scholars」 1백30만달러 등을 꼽을 수 있다.

금년 한해에만 워싱턴주 정부로부터 각종 학비 지원을 받은 학생 수는 6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중 약 절반이 2년제 대학 재학생들이다.
사립대학교 등록금은 주 정부로부터 보조를 받는 주립대학교보다 훨씬 비싸지만 그만큼 각종 학비 보조금 혜택이 다양하고 금액도 크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은 입학 전형과정에서 가계재정 상황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며 일단 입학이 허락된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비로 고민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배려를 다한다.

대학생들이 부럽다. 내가 학교 다닌 시대는 요즘과 비교해 보면 확실히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이었다. 교과내용도 다양해졌지만 학비 보조 내역도 훨씬 심화되었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학문을 향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한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진학을 포기하거나 학업을 중단할 이유가 없다. 이처럼 좋은 환경에서 스스로 벗어나는 어리석음은 막아야 한다.

적어도 미국의 대학교육은 질적 수준이 크게 높아졌고 개개인의 경제 사정에서 사실상 해방된 상태라고 선언해도 과장이 아니다. 뜻이 있으면 문이 열리는 곳이 바로 미국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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