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 노병들 50년전 참상 회고...74명 종군기장 받아
동족상잔의 전투에서 사선을 수없이 넘나든 노병들이 6·25 발발 50주년을 맞는 감회는 일반 실향민이나 이산가족보다 훨씬 더 뼈저리다.
총탄에 쓰러진 전우를 구해내진 못한 죄의식, 총을 쏘고 또 쏴도 새까맣게 기어오르는 중공군에 쫓기며 느낀 좌절감, 인민군에 포위당했을 때의 절망감 등이 70 넘은 노인이 돼서도 엊그제 일 마냥 기억 속에 생생하다.
스노호미시 노인회(회장 한동호) 회원중 한국전에 참전했던 용사는 11명.
사변 중 강원도 주둔 부대 중대장이었던 김성빈씨, 대령이던 이명근씨, 국방 경비대에 복무하다 문경서 파편을 맞아 아직도 오른쪽 무릎을 제대로 구부리지 못하는 한하교씨,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해 포병으로 복무한 한동호씨 등은 전시의 참상을 생생하게 회상해 냈다.
지금도 자신의 군번을 줄줄 외우는 이들은 전투 얘기가 나오자 "시체 더미 곁에서 보초 설 때면 여기저기서 「도깨비 불」이 번뜩였다" 거나, 전투에 나가자마자 전사해 하루살이 소위란 뜻의「소모품 소위」,「대통령 처가집 비행기」또는「호주 쌕쌕이」로 불린 미군 전투기 등 전시 세대들끼리만 통하는 용어들을 마구 쏟아 냈다.
통역장교로 군 무기 사용법 교본을 번역했던 김종실씨는 아직까지 군 신분증과 오산 고사포 포부대에서 찍은 사진을 고이 간직하고 있다.
김씨는“동족간의 싸움은 세기의 최대 비극이었다.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 자유를 위해 전사한 미국인들에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국전은 2차대전이나 월남전과 달리「잊혀진 전쟁」으로 치부되며 반세기가 지나도록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 미 국방부는 6·25 발발 50주년을 맞아 올해부터 3년동안 한국전 특별 기념행사를 전국적으로 벌이고 있다.
한국전 참전 용사들은 25일 오후 4시30분 포트 루이스 기지에서 종군 기장을 받는다. 워싱턴주에선 400여명이 수상자로 선정됐는데 이중 한인은 스노호미시 노인회원 11명을 포함, 74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