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세 실향민 박세양씨, 155마일 휴전선 종단 계획
“멋있어. 극적인 장면이야. 백번 잘한 일이지. 이런 일이 옛날에 있었어야 했는데...그래도 늦진 않았어...”
6.25 사변때 중동부 전선에 참전했던 시애틀의 박세양(71)씨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악수 장면을 보고 김정일 대신 김일성 사진이 실렸다면 용서할 수 없었겠지만 그 아들에게까지 6.25 도발 책임을 연루시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없다면 남한과 북한은 영원히 남남이다. 상대방 체제를 용납할 수 있는 포용력이 필요한 때이다”
해방 직후 남한으로 내려와 이북에 남아 있는 가족은 없지만 반세기동안 비무장지대에 갇혀있는 고향 김화 개울가에서 고기잡이 하던 시절이 눈에 간절하다고 박씨는 회고했다.
6.25 발발 50주년에다 올해 만 70세가 되는 박씨는 부인 보종씨와 함께 휴전선 155마일을 걸으며 철책 안의 고향에 조금이라고 가까이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마다 산책하는 그린 레이크가 3마일인데 이 그린 레이크를 하루 5번씩 도는 거리면 10~15일만에 휴전선을 종단할 수 있다고 박씨가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계획을 후원해줄 본국의 독지가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압록강 직전까지 북진했던 장면, 평양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연설하던 장면 등이 지금도 생생하다는 박씨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두 정상의 악수는 실향민들에겐 커다란 꿈을 안겨주는 가슴 뿌듯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배명고교에서 18년간 역사교사로 재직하다 77년 이민온 박씨는 그 나이에 레이니어산 정상등반 계획을 추진할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재미 한인으로서 현 한국 정부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 김대중 정부의 정상회담 시도는 역대 어느 정부부다 잘한 일”이라고 박씨는 되풀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