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출신 노인들 기대 부풀어...「새옹지마」불안감도
시애틀 지역의 실향 한인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정상회담으로 이산가족 재회의 날이 하루 빨리 실현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국 신문, 방송들이 남북 정상회담을 정치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있지만 실향민들은 정치문제보다는 고향에 두고 온 일가친척을 만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이 실현되도록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맺기를 기원한다.
스노호미시 노인회(회장 한동호) 급식일인 12일, 노인회원들의 화제는 온통 남북정상회담이었다.
개성 출신인 한회장(72), 평양 출신인 주학배씨(77), 함경북도 출신인 노차례씨(83) 등 실향민들은 반세기가 지나도록 가족의 생사조차 알 수 없다며 김대통령 방북이 좋은 결과를 얻어 하루빨리 북한 가족들을 만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인들은 이 같은 소원이 성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반색하면서도 이번 정상회담의 추이에 관해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노인들은 남한측이 행여 힘에 부치는 경제협력 조건을 제시했다가 이행 못할 경우 북한은 이를 남한 실책으로 돌릴 것이 뻔하다며 그렇게 되면 이산가족 재상봉 문제는 더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고 지레 걱정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이북출신의 김모(77)씨는 “반세기만에 처음 이뤄진 정상회담은 결과야 어떻든 환영한다. 그러나 남한 형편도 여의치 않은데 북한에 경제협조를 약속했다 지키지 못하면 이산가족 재회는 아예 물건너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6.25 참전용사였던 한하교씨(72)는“물꼬를 트려다 더 막혀버릴 위험도 있다. 이 같은 국가 중대사를 그르치지 않기 위해선 여야가 함께 참여하는, 좀 더 주도면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회원들은 지난 주말 미주류 언론들이 시리아 대통령 사망 기사는 대서특필하면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남북한 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의 여론에도 귀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