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울음터 하나』를 읽고

2026-05-29 (금) 07:19:55
크게 작게

▶ 노세웅 시인, 수필가 페어팩스, VA

유양희의 『울음터 하나』는 한 권이지만 여러 권의 독서를 통과한 사유의 결을 지닌 책이다. 작가는 다양한 작품을 읽고 길어 올린 생각들을 단단한 문장으로 엮어내며, 창작과 비평의 경계를 조용히 넘나든다. 이 책을 읽는 일은 곧 타인의 문학을 따라가며, 그 속에서 다시 자신의 삶을 비춰보는 과정이 된다.

특히 「멋진 세상」과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은 이 책의 깊이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결혼식장에서 이마를 맞댄 채 춤추는 모녀의 장면은 기쁨과 이별이 겹쳐진 삶의 본질을 보여주고, 수필을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한 시선은 문학이 결국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게 하는 통로임을 일깨운다.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그 안에서 삶의 방향을 길어 올린다. 상처를 원망으로 남기지 않고 스스로를 일으키는 힘으로 바꾸는 이야기들, 그리고 타인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문학이 관계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독자로 하여금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수많은 책을 함께 읽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한다는 데 있다.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읽고 사유해 온 문학의 정수들이 이 한 권에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저자가 통과해 온 수많은 독서의 여정을, 보다 쉽고 명료한 언어로 따라가며 이해하게 된다. 이는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깊은 성찰을 거쳐 다시 빚어낸 또 하나의 창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결코 가볍게 쓰인 글이 아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뒤에는 수많은 시간과 성실한 독서, 그리고 오래 숙성된 사유의 흔적이 배어 있다. 작가는 읽고 또 읽으며, 생각하고 또 생각한 끝에 비로소 자신의 언어로 이 결실을 길어 올렸을 것이다. 그 과정의 무게가 있기에, 이 책의 문장들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독자의 마음에 스며든다.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삶에 대한 작가의 조용한 확신이다. 그 확신은 거창한 데 있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 작은 순간들 속에서 빛난다.
『울음터 하나』는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읽은 뒤에 비로소 시작되는 책이다. 이 한 권은 우리에게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과연 자신의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마주하고 있는가.
그리고 어느 날,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을까.
이 많은 읽음과 사유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한 문장으로 남길 수 있을까.
그래도 이 세상은,
참으로 멋진 세상이었다고.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