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 “이란 공격, 걸프국 만류로 보류”… 확전 딜레마

2026-05-2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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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가·지지율 부담 커져
▶ “보류는 일정 기간까지만 협상 없으면 다시 칠수도”

▶ 재공격 가능성 시사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상대로 다시 엄포를 놓았다. 때리기 직전 걸프(페르시아만) 국가들이 만류하고 나서는 바람에 공격을 미뤘다면서다. 합의 임박이 명분이지만, 여론 추가 악화 등 확전에 뒤따를 역풍이 걱정되기도 했을 법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다음 날 예정했던 이란 공격을 하지 말 것을 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3개 중동 동맹국으로부터 공격 보류를 요청받았다면서다.

현재 진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아주 괜찮은 합의가 이뤄지리라는 게 그들의 의견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합의에는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도 걸프 3국 및 다른 몇 나라로부터 2, 3일만 군사 작전을 연기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합의 성사에 아주 근접했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위협 및 결정 철회는 반복돼 온 패턴이다.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대이란 전쟁 개전 이래 적어도 대여섯 차례 공격 계획을 번복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파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7일 이란과 휴전에 합의한 뒤 돌입한 협상은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란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고 보관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며 세계 원유 수송 병목인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도 풀지 않았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재개를 주저하는 것은 무엇보다 확전이 그에게 주는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또 올라 112.10달러로 거래를 마감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전쟁 발발 뒤 50%가량 비싸졌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러시아산 원유 거래 제재 면제 기간을 다시 30일 늘렸다. 유가 안정을 위한 고육책이다.

재폭격은 가뜩이나 치솟은 유가를 더 끌어올릴 것이고, 이미 바닥을 기는 그의 지지율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 이날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해당 조사 기준으로 재집권 뒤 최저치인 37%까지 떨어졌다. 응답자의 64%가 이란 전쟁을 ‘잘못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10주간 전쟁에 290억 달러가 투입된 터에 돈을 더 쓰기가 여의치도 않다.

방중 직후인 만큼 시 주석이 종전 중재 역할을 해 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 대만 판매를 대중국 협상 카드로 쓰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게 중국의 대이란 설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언론에서 나온다.

이처럼 이란 공격을 보류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19일에는 이란을 다시 칠 수도 있다면서 며칠 정도의 기간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그들이 2∼3일 정도만 줄 수 있느냐고 했다. 나는 이틀이나 사흘, 아마도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아니면 다음주초 등 일정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로 예정한 이란 공격을 전날 보류했으나 이란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을 경우 이르면 2∼3일 내로 공격을 재개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동시에 다음주초라는 시점도 함께 언급해 가급적 내주초까지는 협상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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