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른 물가 쉽게 안 떨어지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소비자 부담↑

2026-04-20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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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발유 하락 수개월 걸릴 듯
▶ ‘항공료·수하물’ 이미 줄인상
▶ 배송요금, 할증료 붙기 시작
▶ 식탁 물가도 따라 오를 전망

오른 물가 쉽게 안 떨어지는데… 이란 전쟁 여파로 소비자 부담↑

이란 전쟁 여파로 아마존은 최근 제3자 판매자 대상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휘발유 가격 하락에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그 사이 항공료, 배송비, 식료품 가격 등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이 휘발유는 물론 항공료와 밥상 물가에까지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군사행동을 2주간 중단하겠다고 밝힌 뒤 브렌트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휘발유 가격도 뒤따라 안정될 것이란 기대가 커진 바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소비자 체감 물가가 내려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적으로 재개되더라도,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휘발유 가격…수개월 걸릴 듯

국제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 하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오전 기준 글로벌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약 92달러로, 약 15% 이상 급락한 뒤 95달러 안팎으로 소폭 반등했다. 그동안 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는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지목돼 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해상 운송이 막히면서 세계 원유 공급 차질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점진적으로 내려갈 수는 있지만, 본격적인 안정세는 해협 정상화와 원유 수송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LPL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휴전으로 유가 전망은 개선됐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도매 유가와 금융 시장에 미칠 2차 영향은 여전히 남아 있다”라며 “적어도 이번 달까지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에너지정보청’(EIA) 역시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만약 5월 중 해협이 정상화될 경우 해상 물동량과 중동 산유국의 생산이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공급은 서서히 늘어나겠지만, 원유 공급이 분쟁 이전 수준에 근접하는 시점은 2026년 후반으로 예상됐다.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유소 소매 가격은 곧바로 내려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로켓과 깃털’(Rockets and Feathers) 현상으로 설명한다. 유가가 오를 때는 가격이 로켓처럼 급등하지만, 내릴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 항공료·수하물 요금 ‘줄인상’

에너지 가격 안정이 더디면서 항공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항공유 가격은 전쟁 발발 직전 대비 약 87% 이상 급등한 상태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항공사들은 현재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미 항공권을 검색하면 운임 인상이 반영된 것으로 나오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항공사는 항공편을 감편하거나 취소하는 움직임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항공권 가격 인상과 함께 수하물 요금도 덩달아 뛰고 있다.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제트블루, 델타 등 주요 항공사들은 최근 잇따라 위탁 수하물 요금을 올렸다.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수하물 요금을 각각 10달러씩 인상했고, 제트블루는 4~9달러 정도 올렸다.

항공사들이 기본 운임을 크게 올리지 않고 수하물 요금 등 부가 수익을 늘리는 전략을 택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가격 충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항공 컨설팅 업체 R.W. Mann & Co.의 로버트 만 대표는 “항공사들은 항공권 가격 인상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가 요금 인상 전략을 주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용 상승은 여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네바다주립대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의 항공 전문가 댄 버브 교수는 “소비자들이 인상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여행 계획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배송요금에 할증료 붙기 시작

연료비, 특히 디젤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물류 및 운송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디젤 가격은 전년 대비 갤런당 2달러 이상 오른 상태로, 지난 8일 기준 전국 평균 약 5.67달러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운송업체들은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연료 할증료’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아마존은 제3자 판매자를 대상으로 3.5%의 연료 및 물류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연방 우정국’(USPS)도 일부 소포 배송에 대해 8%의 추가 요금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운송 업체 UPS와 페덱스 역시 연료 가격 상승에 따라 수시로 할증료를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비용 압박은 식품 및 배달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밀키트 업체 블루에이프런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운송 및 배송 비용 상승을 이유로 메뉴 가격 인상을 통보했다. 회사 측은 “식재료 조달과 고객 배송 모두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 식탁 물가도 곧 오를 전망

연료 가격이 상승 여파는 식료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에너지 비용과 비료 가격 상승이 공급망을 따라 소비자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이 먼저 나타날 품목으로는 베리류, 유제품, 육류 등이 꼽힌다. 이들 식품은 운송 과정에서 냉장과 냉동이 필요해 연료비 상승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유가는 운송비뿐 아니라 식품 포장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은 주요 비료 생산국이지만, 글로벌 비료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농가 부담 역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미시건 주립대의 식품경제학 데이비드 오르테가 교수는 “소매용 식품 가격은 어느정도 완충 장치가 있어 가격 상승 충격이 다소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시차를 두고 그 영향을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이번 가격 상승 폭은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같은 급등 수준에는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시 전쟁 여파로 글로벌 식품 가격이 급격히 치솟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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