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동 전쟁, 에너지 시설 난타전… ‘최악 에너지 재앙’ 우려

2026-03-20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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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가스전 공격에 이란도 카타르 폭격 맞불

▶ 브렌트유 119불까지 급등
▶ 트, 에너지 확전자제 제안

중동 전쟁, 에너지 시설 난타전… ‘최악 에너지 재앙’ 우려

이란과 이스라엘이 에너지 시설 폭격을 주고 받은 가운데 19일 이스라엘 하이파 지역의 정유시설에서 이란의 폭격으로 인한 연기가 치솟고 있다. [로이터]

중동 전쟁이 에너지 시설 난타전으로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최고 120달러 선에 근접했다. 이란 전쟁 발발 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의 보복전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가스전 공격에 이란이 중동 전역의 에너지시설 공격으로 응수하자 19일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한때 전장보다 10% 이상 급등한 배럴당 119.13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던 지난 9일 장중 가격인 119.5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었다. 이후 오름폭을 일부 반납하긴 했지만, 여전히 6%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과 이란 파르스통신은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직결된 아살루예의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미사일 폭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해상 가스전 가운데 하나인 사우스파르스는 이란 전체 천연가스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걸프 지역 인접국들의 석유·가스 산업을 파괴하겠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이후 이란은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의 가스 시설 밀집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란 내 온건파로 꼽히는 마수드 페제슈키안 대통령도 “전 세계를 휩쓸 통제 불능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확전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만약 이란이 무고한 나라를 공격한다면 미국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전체를 대규모로 폭파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자국 핵심 에너지 시설을 공격받은 이란이 걸프 지역 제3국 에너지 시설을 상대로 한 보복 공격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에너지 인프라와 관련한 상호 ‘확전 자제’를 제안하는 메시지를 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카타르를 공격하지 않는 한 이스라엘도 사우스 파르스 시설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미국의 준 동맹국인 카타르를 계속 공격할 경우 미국이 독자적으로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파괴할 것이라는 경고를 했지만 메시지의 핵심은 사우스 파르스, 더 넓게 보면 에너지 인프라까지 공격 대상에 넣는 ‘확전’은 서로 피하자는 쪽으로 읽혔다.

다소 진정되는듯 했던 국제유가가 이날 재차 급등한 상황에서 중동 에너지 시설에 대한 상호 공격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에 날개를 달아 줌으로써 미국의 유가와 물가에까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고민일 수 있어 보인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전쟁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신통치 않은 상황에서 유가의 지속적 상승과, 확전 양상 속에 미국이 이번 전쟁에 점점 더 깊이 발을 들이게 되는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스라엘이 이란 신정(神政) 정권의 요인들을 잇달아 제거하며 이란을 상대로 장기전도 불사하려는 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맞대응보다는 걸프 에너지 생산국 타격에 집중하며 세계 경제를 ‘인질’로 삼음으로써 미국으로 하여금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마냥 이스라엘을 따라 ‘확전’과 ‘장기전’에 발을 담그기에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잃을 것이 많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수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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