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아직 현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마음 편하게 평소대로 보통 생활을 하다보니 지금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어요.”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의 건강 비법은 특별한 게 없다”며 “흔히들 ‘장수비결’을 물어보는데 나는 이 단어를 경계한다. 기적같은 건강법이나 비결은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올해 93세인 이 박사는 최근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윤방부(83) 박사와 함께 ‘평생 현역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현역으로 강의를 하고 정신건강 분야에서 연구·활동을 이어가는 체력의 기반이 무엇인지 묻자 이 박사는 “특별한 비결이라고는 없고 젊었을 때부터 일찍 일어나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며 “세끼 식사를 꼬박하는데 소식을 하면서 매일 가볍게 맨손체조나 30분 정도 산책을 한다”고 단순한 답을 내놓았다.
장수의 핵심이 ‘대단한 실천’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는 얘기다. 수면·식사·가벼운 활동을 일상에 고정하면 컨디션의 바닥이 급격히 무너질 일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장수의 조건을 ‘마음 관리’에서 찾는다. 그는 “노년은 신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건강이 더 중요하다”며 “내 몸과 마음이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지 말고 특히 뭔가를 무리하게 열심히 하기보다 적절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사단법인 세로토닌문화 원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세로토닌적 삶’을 강조한다. 그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세로토닌은 행복함을 느낄 때 분비된다”며 “행복하다는 느낌이 그리 대단한 게 아니라 그냥 마음이 편안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행복을 거창한 성취의 결과로만 여기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그는 ‘기준’의 문제라고 답했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고, 외부 조건은 완벽해도 마음이 만족하지 않으면 행복은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돈을 많이 벌고 승진을 하고 결혼을 하면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결국 자기 삶에 만족해야 한다”며 “불행의 상당 부분은 비교에서 비롯된다. 같은 목표라도 남의 시간표로 살면 감정은 소진되고 만족은 멀어진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이 박사는 단호했다. 스트레스는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생활 조건’이라고 봤다. 그는 “스트레스는 없애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닌 만큼 살면서 생길 수밖에 없다”며 “때로는 스트레스가 삶의 자극이 되므로 이를 잘 관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인생의 양념이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늙음’을 단순히 신체의 쇠퇴로 보지 않는다. 사회생활의 의미가 사라지는 순간이 노년을 급격히 무기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환갑만 넘어도 장수였지만 지금은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시대로 노년의 시간이 길어졌다. 이에 그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관계’를 중요시 한다.
이 박사는 “건강, 경제적 여유 등도 노년의 행복 조건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며 “가족과 이웃, 친구 등 주변 사람들과의 연결이 삶의 질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우명을 묻자 망설임 없이 “은혜에 감사하고 살자”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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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김정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