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세금도입되면 부자들 떠나나?...워싱턴주지사 찬성 입장 ‘백만장자 소득세’ 논쟁 격화돼

2025-12-29 (월) 07: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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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소득자 이탈 공포 vs 세수 확대 현실, 내년도 최대쟁점

이 세금도입되면 부자들 떠나나?...워싱턴주지사 찬성 입장  ‘백만장자 소득세’ 논쟁 격화돼
밥 퍼거슨 워싱턴주지사가 최근 일명 '백만장자 소득세'를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워싱턴주 정치권의 판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발언으로 2026년 선거의 최대 이슈는 사실상 ‘주 소득세 도입 여부’로 굳어졌고, 동시에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워싱턴주를 떠날 것”이라는 반대 논리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즉각 가열됐다. 레드몬드에 거주하는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브라이언 헤이우드는 소셜미디어에 워싱턴주를 떠나는 U홀 트럭 사진을 올리며 “부자 증세는 낡은 선동”이라며 “결국 부자들은 떠나고, 남은 유권자만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고소득층 이탈은 늘 증세 논쟁의 단골 소재다.
스타벅스 임원 출신인 하워드 비하 역시 “소득세가 도입되면 차라리 캘리포니아로 주소지를 옮기는 편이 낫다”고 밝혔다. 그는 워싱턴주의 상속세 부담도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나 현실은 이 주장과 다르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헤이우드 자신도 2010년 캘리포니아가 최고 13.3%의 고소득자 세율을 도입하자 회사를 워싱턴주로 옮긴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는 이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만장자와 억만장자를 보유한 지역이 됐다.
연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백만장자 수는 2014년부터 2024년 사이 98% 증가했다.
부유층 자문업체 헨리앤파트너스 역시 고세율 지역에 오히려 부유층이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등은 모두 주 소득세가 있으며, 일부 지역은 최고 세율이 14%를 넘는다.
베이 지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은 곳으로, 시애틀의 억만장자 11명과 비교하면 격차가 크다.
워싱턴주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 제이미 페더슨가 제안한 안은 연소득 100만 달러 초과분에 대해 9.9%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는 2022년 주민투표로 유사한 ‘백만장자 소득세’을 도입한 매사추세츠와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대규모 이탈이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예상의 두 배가 넘는 세수가 걷혔다.
전문가들은 “부자들이 떠난다는 이야기는 반복되는 신화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은 세금뿐 아니라 인간관계, 지역사회, 자녀 교육,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건은 세율의 합리성과 세금이 공공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신뢰다.
워싱턴주 민주당과 퍼거슨 주지사에게 남은 과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부자들의 ‘탈출 스토리’보다, 증세의 필요성과 쓰임새를 설득하는 일이 앞으로의 최대 정치적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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