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ㆍ세금ㆍ금리 변수 속 채용 동결에 AI 생활방식변경 가속
2026년 새해에도 ‘두 개의 미국’이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겉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장’을 말하지만, 안으로는 계층ㆍ산업ㆍ지역에 따라 체감 온도가 갈리는 ‘모자이크 경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상이다.
연말 쇼핑 성적표는 화려했지만, 소비를 떠받치는 힘이 상위 소득층에 더 집중되고 저소득층은 신용과 할부로 버티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여기에 기업들은 “더 뽑지 않고 버티자”는 기조를 굳히고, 제조업은 생산이 늘어도 자동화로 고용이 크게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먼저 소비부터 갈린다. 무디스 애널리틱스 분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이 전체 소비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비중이 커졌다.
가격 상승(주식ㆍ주택)의 ‘부의 효과’를 누리는 계층은 지갑을 여는 반면, 생활비 부담이 큰 서민층은 ‘지출은 유지하되 결제 방식이 바뀌는’ 양상이다.
실제로 어도비 분석에서는 2025년 연말 할리데이 시즌(11~12월) 온라인에서 BNPL(선구매 후지불) 지출이 증가세를 보였고, AI 기반 쇼핑 트래픽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감정은 불안한데 행동은 소비를 이어간다”는 괴리를 지적하며, 가격 비교ㆍ실속 구매가 강화되는 흐름을 전했다.
하지만 소비 심리는 밝지 않다. 컨퍼런스보드 소비자신뢰지수는 2025년 말로 갈수록 약화됐고, 관세와 물가 부담이 불안을 키운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기의 방향키를 쥔 것은 결국 ‘일자리’인데, 2026년의 고용 시장은 더 차갑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예일대 경영대학원 CEO 행사 설문에서 응답자의 약 66%가 “인력 감축 또는 현상 유지”를 택했다고 전했다. AI 투자와 불확실성이 채용을 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컨퍼런스보드도 2026년 초 실업률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는 돌아가는데 내 주변 채용은 없다”는 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책 변수도 크다. 관세는 여전히 물가와 기업 비용에 직접 영향을 주는 ‘폭탄 스위치’로 남아 있고, 세금 규정 변화는 가계의 실수령액과 기업 투자에 영향을 준다.
로이터는 2026년 미국 경제가 세금 변화의 순풍을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무역ㆍ인플레이션ㆍ고용 둔화 같은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고 짚었다.
금리 역시 관건이다. 연준은 “전망 불확실성이 높다”고 밝히며 고용ㆍ물가 양쪽 리스크를 동시에 주시하고 있다.
제조업은 ‘부활’이라는 구호와 달리, 일자리로 이어지는 속도가 더딜 가능성이 크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제조업이 늘어도 자동화ㆍ고숙련 소규모 생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과거처럼 대량 고용이 나타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즉 “공장은 돌아가는데 사람은 안 뽑는” 현실이 2026년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변화는 미국인들의 삶도 바꾼다. 2026년의 소비자는 더 ‘스마트’해진다. 최저가ㆍ가성비를 찾기 위해 생성형 AI로 검색하고, 쿠폰ㆍ가격 추적•비교를 자동화한다.
반대로 소득 하위층의 일상은 더 팍팍해질 수 있다. 물가가 완전히 꺾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남아 있고, 채용이 얼어붙으면 이직을 통한 임금 상승도 막힌다. 결국 ‘상위층 소비가 경기를 지탱하고, 다수는 체감이 나쁜’ 양극화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2026년 미국은 ‘침체’ 한 단어로 규정되기보다 성장ㆍ불안ㆍ양극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해가 될 공산이 크다. 관세ㆍ세금•금리의 조합이 물가와 고용을 어떻게 흔들지, 그리고 AI 투자와 자동화가 생산성은 높이되 일자리와 임금에는 어떤 파장을 줄지가 미국인들의 지갑과 삶의 방향을 가를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