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미 작가(원내사진)와 그의 첫 에세이집 ‘포토맥에 뜨는 일곱 개의 달’ 표지.
김용미 수필가(MD, 포토맥)가 최근 첫 에세이집 ‘포토맥에 뜨는 일곱 개의 달’을 출간했다.
40여 년간 미국에 살며 결 고운 모국어로 글을 써온 그의 이민이라는 물리적, 문화적 경계를 넘어선 문학적 실천의 결실이다. 품격이 배인 글 속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성찰이 녹아 있다.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민자들의 삶과 그들의 모국어에 대한 깊은 이해, 연민은 보편적인 사랑의 정신을 구현하며 이민문학으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용미 작가는 머릿말에서 “꽃이라 이름하고 ‘달’이라 불러 보고 ‘밥’이라 소리 내 보는 것, 우리말에 깃든 절묘한 기운이 타국에서의 긴 시간을 견디게 했다. 개밥바라기처럼 외로운 시간도, 가슴속이 물기 하나 없이 버석거릴 때도, 혼돈과 좌초로 함몰되던 시간도 모국어가 나를 다독였다. 마침내 꽃과 달과 밥이 그들과 진정한 소통을 시작했을 즈음, 우리 집 지붕 위에는 여러 개의 달이 뜨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일곱 개의 달은 이국의 바람막이 나뭇가지 위로 이사 온 달, 허드슨강에 빠지며 따라오던 달, 할렘의 밤거리를 지키던 달, 자작나무 숲에 숨어 있던 달, 포토맥 강변 세탁소를 비추던 달, 추운 겨울 굴뚝 위에 앉아 있던 달, 공원묘지 가난한 이들의 무덤에 노란 담요를 덮어 주고 달려오는 달까지를 아우른다.
저서는 가을꽃이 목이 긴 이유, 어두워진 다음에 보이는 것들, 소원을 말해 봐, 석양은 다시 지는데, 저 달이 그 달일까, 봄볕은 가루분처럼 내리고 등 총 5부로 구분돼 ‘풍금 소리’ ‘채송화 연가’ ‘하지감자’ ‘감나무’ ‘아직 끝나지 않은 이별’ 등 수채화와 같은 글 50편으로 꾸며져 있다.
김 작가는 '시간의 미학'을 통해 디아스포라적 상실감과 기억을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또한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정체성 보존의 핵심 매개체인 모국어에 대한 깊은 사랑과 실천 의지를 보여준다. 현대 한국 문학에서 언어의 오염과 남용이 만연한 가운데, '작두샘(땅속에 있는 물을 작두 모양 펌프로 끌어 올려 물을 퍼내는 샘)', '솔잎 모갱이(솔잎을 엮어 만든 부채 모양의 물건)' 등 사라져가는 순우리말과 옛 표현들을 섬세하게 복원함으로써 언어의 청정성을 회복한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언어를 되살리는 것을 넘어, 이민자의 삶에서 모국어 사용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되묻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재무 시인은 추천사에서 “김용미의 산문은 한국의 중서부 지방에 위치한 마을처럼 정겹고 아늑하다. 먼 이국에서 모국에 대한 그리움을 언어예술로 승화시킨 그의 글들은 처서, 백로 거쳐 추분에 들어선 산국처럼 은은하고 청초하다. 특히 온정이 서린 두꺼운 추억의 가족 서사는 읽는 내내 마음을 적시기에 충분했다. 그의 문장이 종소리가 되어 세상 속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번져 가길 기대한다”고 평했다.
충남 부여 출생인 김용미 작가는 1982년 대학 졸업 후 1986년에 이민해 1992년 ‘뉴욕문학’(1992)을 통해 등단했다. 2009년 경희해외문학상, 2010년 윤동주해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워싱턴문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문의 pinkmd4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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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