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시애틀 유명 컨트리 바 술집 퇴거위기...’2년 역사가진 ‘리틀 레드 헨’ 임대인ㆍ임차인 장기갈등

2025-12-01 (월) 11:3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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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4일 법정서 운명 갈려…주민들 “헨을 지켜달라”

시애틀 유명 컨트리 바 술집 퇴거위기...’2년 역사가진  ‘리틀 레드 헨’ 임대인ㆍ임차인 장기갈등
시애틀 그린 레이크에서 92년 동안 주민과 단골들의 사랑을 받아 온 컨트리 바 술집인 ‘리틀 레드 헨(Little Red Hen)’의 존폐 여부가 4일 법원 심리를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올 여름 임대인과의 갈등으로 ‘퇴거 통지서’가 게시된 이후 영업을 이어왔지만,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분쟁은 지난 6월 말 건물 소유주 RLD 그룹이 임차인 도미닉 심 대표에게 임대 종료를 통보하면서 촉발됐다. 한인으로 추정되는 심 대표는 2030년까지 유효한 장기 임대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RLD 그룹은 “유효한 계약은 이미 수년 전 종료됐으며, 심 대표가 3년간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RLD 그룹은 지난 11월 5일 킹카운티 상급법원에 퇴거 소송을 제기하며, 미납 임대료와 재임대 비용, 법률 비용 등 손해배상도 함께 요구했다. 심 대표와 변호인은 RLD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방어에 나선 상태다.
한편 지난 6월 27일 ‘7월 31일까지 퇴거하라’는 안내문이 붙자 지역 주민들은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단골 고객 캐서린 와이스위버는 “이곳이 문을 닫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며 즉시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크리스틴 트랜, 게이지 클라크와 함께 ‘세이브 더 헨(Save the Hen)’ 운동을 시작했고, 온라인 청원에는 7,000명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
세이브 더 헨 측은 특정 당사자의 편을 들기보다 “양측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후 RLD 그룹은 조건부 30일 연장을 제시했고, 심 대표가 서명했으나 실제 임대 협상은 진행되지 않았다고 RLD 측은 주장했다. 결국 RLD 그룹은 “3개월 이상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했지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소송 추진 이유를 밝혔다.
반면 심 대표는 “이전 건물주와 체결한 2030년까지의 연장 계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전 건물주 역시 이를 지지하는 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리틀 레드 헨은 분쟁 속에서도 정상 영업을 이어 왔다. 지역사회는 매주 아무 일 없는 듯 영업이 계속되자 “소식이 없는 것이 좋은 소식”이라며 안도감을 드러냈고, 세이브 더 헨 역시 9월 중순 “바는 계속 운영 중이며 앞으로는 공동체 보호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단골 손님 와이스위버는 현 상황을 두고 “한쪽은 임대계약이 유효하다고 믿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고 믿는 상황”이라며 “마치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지켜보는 아이들처럼, 우리는 그저 양측이 잘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리틀 레드 헨의 운명은 12월 4일 법원 심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지역사회는 92년 역사를 지닌 이 ‘동네 사랑방’이 계속 유지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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