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존청 변호사의 “경제·법률 핫이슈”] 내 집 한 채가 전부인데… 리빙 트러스트가 정말 필요한가?

2025-11-04 (화) 12:00:00 존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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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을 하다 보면 많은 분들이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에 대해 비슷한 질문을 한다. “우리 가족은 재산이 많지 않고 집 한 채가 전부인데, 굳이 변호사까지 찾아가서 복잡한 신탁을 만들어야 하나요?” 이는 리빙 트러스트가 거액의 자산가들이 사용하는 복잡한 상속 도구라는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 ‘트러스트’에 대한 오해

특히 최근 캘리포니아에서 주택 상속 절차를 간소화하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이러한 질문은 더욱 많아졌다. 하지만 리빙 트러스트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한다면 이것이 대부분의 주택 소유자에게 왜 여전히 가장 확실하고 우월한 자산 계획 도구인지 명확해진다.


■ 상속의 숨은 장벽 ‘프로베이트’

미국에서 사람이 사망하면 고인의 이름으로 남겨진 재산은 특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 두지 않는 한 법원의 감독을 거치는 ‘프로베이트(Probate)’라는 공식 상속 절차를 밟게 된다. 이 절차는 유족들에게 시간과 비용, 그리고 사생활 노출이라는 큰 부담을 안겨준다. 프로베이트는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며, 전체 유산 가치의 3~6%에 달하는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모든 과정이 공개되어 가족의 재산 내역이 공공기록으로 남게 된다.

■ 새로운 법안과 그 한계

이러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25년 4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에서는 새로운 법(AB 2016)이 시행됐다. 이 법은 가치가 75만달러 이하인 ‘주 거주지’에 한해 정식 프로베이트 대신 간소화된 법원 절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이 제도에는 반드시 알아야 할 명백한 한계들이 존재한다.

‘면제’가 아닌 ‘간소화된 법원 절차’다. 이 제도는 여전히 법원에 청원서를 제출하고, 법원 지정 감정인의 감정을 받으며, 공개적인 법원 심리를 거쳐야 하는 사법 절차다. 법원의 개입과 공개 절차를 피할 수는 없다.

또 오직 ‘주 거주지’ 한 채에만 적용된다. 만약 상속 재산에 다른 부동산(임대 주택, 별장 등)이 단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이 간소화 절차 자체를 이용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생전 무능력 상태’에 대한 대비가 없다. 이 법은 오직 사망 후에만 적용된다. 만약 주택 소유자가 생전에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incapacity)했을 경우 그의 자산을 관리할 어떠한 법적 장치도 제공하지 않는다.


■ 리빙 트러스트의 진정한 가치: 완벽한 통제와 보호

새 법안의 한계들은 역설적으로 리빙 트러스트가 왜 여전히 가장 우월한 선택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취소 가능 리빙 트러스트는 단순히 프로베이트를 피하는 것을 넘어,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프로베이트 회피와 프라이버시 보장: 리빙 트러스트의 핵심 기능은 법원 절차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다. 신탁에 이전된 모든 자산은 법원의 개입 없이, 사적인 계약 문서에 따라 신속하고 비공개적으로 상속인에게 분배된다.

▲중단 없는 생전 무능력 상태 대비: 이는 리빙 트러스트의 매우 중요한 생전 혜택이다. 만약 설립자가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면, 후임 수탁자가 즉시 법원의 개입 없이 신탁 자산을 관리하여 병원비나 생활비를 지불할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성년후견인 지정 절차’의 고통과 비용을 피하게 해준다.

▲정교한 통제와 분쟁 예방: 리빙 트러스트는 자산을 ‘언제’, ‘어떻게’ 물려줄지 정교하게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상속인들이 부동산의 공동 소유주가 되어 매각 여부를 두고 다투는 상황을 막고, 명확한 지침을 내려 분쟁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 맺음말

2025년부터 시행될 새로운 법은 자산 계획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일부 가정에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제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내 자산을 온전히 통제하고,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며, 생전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고, 분쟁 없이 원활하게 자산을 이전하고자 하는 모든 캘리포니아 주택 소유자에게, 리빙 트러스트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필수적이고 우월한 전략적 선택이다.

리빙 트러스트는 더 이상 부유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는 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족들이 겪게 될 시간적,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가족의 자산과 평화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이다.

www.jclawcpa.com

<존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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