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날 ‘AI 클라우드 계약 급증’ 발표에 주가 33년 만에 최대 폭등
▶ 오라클 시총 하루새 339조원·엘리슨 회장 순자산 가치 139조원 증가
▶ 엔비디아 3.8%·브로드컴 9.8% 등 반도체주↑…필라델피아 지수 2.4%↑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라 자사의 클라우드 수요·계약 급증에 주가가 33년 만에 하루 최대 폭으로 치솟았다.
이 회사의 공동창업자·회장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81세의 래리 엘리슨은 보유 지분의 가치 급등으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제치고 장중 '세계 최고 부자'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오라클 주가는 전날보다 35.95% 폭등한 323.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는 장중 43% 폭등한 345.72달러까지 상승하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날 하루에만 시가총액이 2천440억 달러(339조원) 불어난 9천222억 달러로, 1조 달러에 다가섰다.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한 시총은 9천690억달러다.
이날 주가는 1977년 설립된 오라클이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일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자사의 억만장자 지수 집계상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보유한 순자산 가치가 이날 오전 10시 10분 기준으로 3천930억달러(약 545조7천억원)로 급증해 3천850억달러로 집계된 머스크를 제치고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고 전했다.
다만, 경제지 포브스는 머스크의 순자산 가치가 4천360억달러를 조금 넘어, 엘리슨의 약 3천910억달러보다 여전히 많은 것으로 집계했다.
블룸버그 기준으로도 장 마감 무렵에는 오라클 주가가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하면서 머스크가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엘리슨의 순자산 가치는 오라클 주가 폭등에 따라 이날 하루에만 1천억 달러(약 139조원)가 급증했다.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오라클은 AI 시대를 맞아 그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사업에 방점을 찍고 관련 사업을 크게 확장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회사는 전날 분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부문에서 '계약된 매출 중 아직 이행되지 않은 부분'을 뜻하는 '잔여 이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 RPO)가 4천550억달러(약 631조9천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359%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또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매출이 이번 회계연도에 77% 성장한 180억달러를 기록하고, 4년 뒤에는 8배인 1천44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는 오라클의 이런 성과가 "입이 딱 벌어질 만한" 놀라운 실적이라고 평가했다.
멜리우스 리서치의 벤 라이츠 기술연구 책임자는 전날 미 경제방송 CNBC에 출연해 "오라클의 이런 주문 잔고는 매우 역사적인 기록"이라며 "시장 예상치인 약 1천800억달러의 RPO를 훨씬 뛰어넘은 놀라운 수치"라고 말했다.
웰스파고 분석팀도 이번 실적이 AI 사업 분야에서의 "중대한 확인"이라고 평가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들도 이날 보고서에서 오라클의 실적이 "진정으로 놀라운" 성과이며 이 회사가 AI 인프라 분야의 선도적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오라클 주식에 대한 매수 등급을 재확인하고 목표주가를 240달러에서 335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팀은 "AI 워크로드의 수익성은 여전히 주요 논쟁거리이지만, 오라클이 대규모로 급성장하는 AI 인프라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한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엘리슨 회장은 지난 1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함께 백악관에서 5천억달러(약 694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하기도 했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수요·계약 급증 소식에 반도체주도 일제히 상승했다.
이는 AI 인프라 지출에 대한 일각의 거품 우려에도 AI 구동을 위해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최신 AI 칩에 대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위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3.85% 오른 177.33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다시 180달러선에 다가섰다. 오픈AI 등과 맞춤형 AI 칩을 개발하는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 주가는 9.77% 급등했고,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주가도 3.79% 상승했다. AMD와 퀄컴 주가도 각각 2.39%와 0.18% 올랐다.
이에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도 전날보다 2.39% 상승 마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