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격 사건 후 영국 국왕 美국빈방문, 1976년 닮은꼴

2026-04-27 (월) 08:5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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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2세, 포드 2차례 암살미수 후 방미

▶ “영미 양국, 찰스 3세 일정 조정한 듯”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암살 시도로 보이는 총격 사건 직후 미국 국빈 방문길에 오른 것은 여러모로 1976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방미를 떠오르게 한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미국과 영국 당국자들이 엘리자베스 2세의 국빈 방문 계획을 짜고 있던 1975년 9월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 암살 미수 사건이 두 차례 일어났다. 이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철통같은 보안 속에 1976년 7월 미국을 방문했다.

두 암살 미수 모두 여성이 범인이었다. 컬트집단 수장 찰스 맨슨의 추종자였던 리넷 프롬은 1975년 9월 5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던 포드 대통령 바로 60㎝ 앞에서 총구를 겨눴다. 그러나 약실에 총알은 없었고 프롬은 바로 비밀경호국(SS)에 제압당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연방수사국(FBI) 정보원이었던 사라 제인 무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호텔을 나서던 포드 대통령을 향해 약 12m 거리에서 총 두 발을 쐈다. 그중 한 발은 포드 대통령 머리에서 13㎝ 차이로 빗나갔다고 한다.

잭 마시 당시 미 대통령 고문은 부관에게 보낸 긴급 메시지에서 여왕 방문과 관련한 보안·경호를 소수의 고위급끼리만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영국 측이 왕실 방문 시점에 벌어진 최근의 사건들로 우려할 것"이라며 "대외적으론 물론 내부적으로도 이(보안)에 관한 정보가 퍼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여왕은 재임기 4차례 미국을 국빈 방문했는데, 1976년의 방문 당시의 보안 수준은 이전보다 엄격해졌다.

여왕은 1951년엔 지붕 없는 오픈카를 타고 거리를 돌았고, 1957년에는 슈퍼마켓에 장 보러 나온 시민들과도 어울렸다.

백악관은 1976년 방문 당시 여왕이 필라델피아 거리를 지날 때 포드 대통령의 전용차인 링컨 콘티넨털 방탄차를 타도록 제공했다. 이 방탄차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 때 레이건 대통령이 탔던 차량이기도 하다.

찰스 3세와 커밀라 왕비는 27∼30일 나흘간의 방문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양국 당국자들은 26일 밤새 보안 상황을 논의했으며 대중이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살짝' 세부 일정 및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왕은 정말 환상적이고 엄청난 분이고 용감하다"고 추어올리면서 "우린 훌륭한 시간을 보낼 거다. 그는 그의 국가를 누구보다도 잘 대표한다"고 밝혔다.

크리스천 터너 주미 영국 대사도 전날 대사관 행사에서 "아주 영국다운 일이다. 침착하라, 하던 대로 계속하라(Keep calm, carry on)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차대전 때 영국이 국민 사기 진작을 위해 내세운 슬로건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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