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낯선 곳
2025-09-09 (화) 07:55:29
김미란/시인
저녁 햇살에 마음내어 말린다
가을 빛에 씨앗들이 말라가듯이
씨앗들의 청춘은 꽃이었다
저무는 햇살의 청춘도 꽃이었으리라
삶의 폭우는
일기예보보다 한발치 먼저였고
우리의 일상은
안개를 밀고 다니던 눈먼 바람이었다
백석의 멧새 소리 들으려 산골 시골로 달려간다
토지대장 속에서 모짜르트 클라리넷 협주곡이 흘러나와
서로의 손들이 잡아진다
이순간
늙음이 오히려 축복으로 다가온다
<김미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