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래된 집, 그러나 참 따뜻한 집

2025-05-08 (목) 08:17:38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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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집을 팔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한 주택을 방문했다. 미리 들은 이야기로는 꽤 오랜 시간 한 가족이 거주했던 집이라 하여, ‘관리가 잘 되었을까?’하는 마음과 함께 현장으로 향했다.

외관에서부터 그 집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지붕은 몇 해 되지 않은 듯 반듯했고, 외벽은 흠하나 없이 단정했다. 정원 한편에는 과하게 자라지 않은 화초들이 오히려 정갈함을 보여주었고, 계절마다 손을 보며 살았던 흔적이 느껴졌다. 집을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참 잘 관리된 집이구나’하는 인상이 마음 속에 들어왔다.

반겨주신 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실내를 둘러보았다. 인테리어는 오랜 세월의 색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그속에는 시간이 지나도 흐트러지지 않는 생활의 질서가 있었다. 손때 묻은 가구와 바랜 벽지, 약간의 물자국들 조차도 이 집이 겪어온 계절과 시간을 고스란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인테리어를 새롭게 단장하고 최대한 ‘현대적 감각’을 더해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는 오늘 이집에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집이란 새로움 보다 정성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을.

고객님께는 굳이 큰 비용을 들여 꾸미기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만 보완하시라 조언드렸다. 현재의 시장 흐름과 집의 정서적인 가치, 그리고 그간의 관리상태를 함께 고려했을 때, 오히려 지금 이 모습 그대로가 가장 매력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집에는 ‘머무르고 싶은 온기’가 있었다. 햇살 좋은 날씨 덕분일 수도 있지만, 집안에 들어선 순간 느껴지는 그 편안함과 아늑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다. 주인의 미소와 함께 그 집의 분위기는 더욱 따뜻하게 다가왔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 집에서 그토록 오랜 세월을 살아오셨구나.”

부동산 에이전트로서 저는 매일 수많은 집을 본다. 크고 화려한 집도 많고, 새로 지은 현대적인 집도 많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따뜻하고, 이사 가기 싫어지는 집, 그 안에서 가족의 기억이 살아 숨쉬는 집, 그런 집이 진짜 좋은 집이 아닐까?
오늘 만난 이 집처럼, 고객의 삶을 오롯이 품고,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아름다운 집. 저는 그런 집을 또 한번 정성껏 찾아드리고 싶다.
문의 (703)928-5990

<승경호 The Schneider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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