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밖에서 폭발음 들릴 정도로 강력…컨테이너 2천개 불에 타
▶ 강풍에 연기 확산, 인근 지역 비상사태…정부, 28일 애도일 선포

27일(현지시간) 이란 남동부 반다르압바스 지역 샤히드라자이 항구 폭발 현장. [로이터]
이란 남동부의 최대 규모 항구에서 벌어진 폭발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타스님, 메흐르 통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호르모즈간주(州) 당국은 전날 반다르압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사고로 최소 40명이 숨지고 1천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또 항구에 쌓인 컨테이너 중 2천개가 불에 탄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화재의 약 80%가 진압됐다고 밝혔지만 강풍 등 영향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인명 구조도 계속되고 있다.
호르모즈간 주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흘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이와 별도로 중앙정부도 오는 28일 하루를 애도일로 정했다. 이에 맞춰 각지의 영화관도 일시적으로 폐관하기로 했다.
전날 오전 11시 55분께 샤히드라자이항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AFP 통신 등 외신은 폭발이 너무 강력해서 약 50㎞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고, 항구 건물 상당수가 심하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샤히드라자이항은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최대의 항구다. 연간 약 8천만톤의 화물을 처리하며 석유 탱크와 화학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토요일은 이란에선 한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다. 당시 항구에 많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때라 인명 피해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연기가 반다르압바스 도시 전역에 번지면서 당국은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으며, 학교와 사무실은 폐쇄됐다.
당국은 다만 "유독성 가스가 유출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구조대원들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열린 호르모즈간주 위기관리본부 특별회의에 직접 참석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질책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화재를 진압하고, 피해 확대를 막고, 사고 원인을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항구에 컨테이너 12만∼14만개가 장기간 보관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물류·통관 절차가 개선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번 폭발은 이란이 오만에서 미국과 3차 핵협상을 시작한 날 발생했으나, 두 사건이 관련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일단 테러나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았다. 이스라엘 당국자들도 이번 사고와 연관성을 부인했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이란 위기관리 기구 대변인은 컨테이너 안 화학물질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위기관리국장이 해당 항구를 방문했을 당시 위험 가능성을 지적하고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항구 한쪽 구석에 보관돼 있던 화학물질 보관 컨테이너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화재 진압 전까지는 원인 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사고 정황이 2020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항구에서 발생한 폭발 대참사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에도 항구 한편에 6년째 적재된 다량의 질산암모늄이 폭발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한 관계자는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폭발 원인이 미사일 고체연료 제조에 쓰이는 과염소산나트륨이었다고 말했다. 와이넷 등 이스라엘 매체는 지난 2∼3월 중국에서 선적된 과염소산나트륨이 폭발 원인일 가능성을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