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덕수 8년 감형된 이유는…계엄 막지 않은 행위 유죄→무죄

2026-05-07 (목) 09: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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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무회의 비정상적 운영·단전단수 이행 중단 책임 인정 안 해

▶ 위증 혐의도 일부 무죄…항소심, ‘12·3 비상계엄=내란’ 재확인

한덕수 8년 감형된 이유는…계엄 막지 않은 행위 유죄→무죄

(서울=연합뉴스) 7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2심 선고 공판이 TV로 생중계되고 있다. 2026.5.7

1심에서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항소심에서 징역 15년으로 8년 감형된 데에는 원심이 한 전 총리에게 '비상계엄을 막을 수 있었다'며 적용한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것) 혐의가 배척된 것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고법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허위공문서작성, 공용서류손상, 위증 등 한 전 총리의 주된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책임을 물은 것에는 잘못이 있다고 봤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의 혐의 가운데 ▲ 국무회의 운영 및 소집 ▲ 언론사 단전·단수 이행 논의와 관련해 부작위가 있었다고 봤다.


형법 제18조(부작위범)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재판부는 헌법, 정부조직법 등에 근거해 행정부의 이인자이자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인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들을 전원 소집하고 중요한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봤다.

아울러 자신의 지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단전·단수 지시를 이행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이를 중지·취소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 또한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러한 원심의 부작위범 판단을 모두 무죄로 뒤집었다.

우선 한 전 총리가 원활하게 국무회의를 운영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원심 판단에 대해 2심은 "법리상 별도의 부작위범이 성립될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국무회의의 적법한 외관을 만들려 한 혐의를 유죄로 본 만큼 여기에 부작위에 대해서도 일부 평가됐다는 취지다.

나아가 한 전 총리가 이 전 장관의 단전·단수 이행을 막지 않았다고 본 원심 판단에 대해서도 "특별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판단한 것"이라며 "불고불리 법리에 따라 파기되어야 한다"고 봤다.


불고불리는 공소 제기가 없는 사건에 관해선 심판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특검팀은 단전·단수 관련 부작위를 따로 기소하지 않았는데 1심이 이에 대해 판단한 것은 위법이라는 취지다.

한 전 총리가 감형된 데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위증한 혐의가 일부 무죄로 뒤집힌 영향도 있다.

위증 혐의를 구성하는 두 가지 발언 중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 전 장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을 달리했다.

재판부는 발언 속 '문건'이 비상계엄과 관련된 문건 일체를 의미하기보다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문건을 의미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렇다면 한 전 총리가 이를 실제로 봤다고 확신하기 어려우므로 허위 진술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받으려 한 행위의 목적에 대해서도 원심과 판단을 달리했다.

원심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부서를 받아 국무회의의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시도한 것이라고 본 반면 항소심은 국무회의 정족수를 채웠다는 점을 남기기 위한 취지라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당시 함께 있었던 국무위원들이 부서를 요청한 것으로 인식했다고 보이지 않는 점, 서명을 요구하는 것이 곧바로 부서를 요구한 뜻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서명하려던 문건이 비상계엄 선포 문건인지도 증명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2심이 행위 목적에 대한 해석을 달리했으나, 결국 한 전 총리가 적법한 국무회의 외관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인정된다는 결론은 동일했다.

한편 항소심 재판부가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1심에 이어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법적 판단도 재확인됐다.

1∼2심을 통틀어 내란전담재판부가 '비상계엄=내란'이라고 판단한 첫 사례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의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려는 방법으로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를 위시한 일련의 내란 행위에 가담하는 편에 섰다면서 그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폭동으로 국가조직의 기본제도를 파괴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를 직접 침해하는 범죄로서 그 성격과 중대성에 있어 어떠한 범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못 박았다.

해당 재판부가 내란 사건의 본류에 해당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도 맡고 있는 만큼 이러한 법적 판단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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