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과 생각] 인생열차를 수리하고

2025-03-25 (화) 08:05:39 토마스 육/뉴저지팰팍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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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행복을 싣고 힘차게 달리는 인생열차. 종착역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또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앞으로만 달리는 인생열차. 살다 보면 햇빛 쨍쨍한 날만 있는 건 아니다.

흐리고 비 오는 날이 더 잦은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인생에 찾아든 불청객은 시시때때로 우리를 방해하고 잔잔한 수면에 돌을 던진다. 파문이 일으킨 진동은 수습이 불가한 정도로 큰 타격으로 돌아오며 인생열차의 한 칸을 완전히 떼어 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달리는 중에 가끔 손님이 타기도 한다. 거의 언제나 나에게 맞지 않는 시간에 탄다. 현재라는 시간의 손님들이지만 과거에서 온 손님들도 많다. 이들은 자기 형편에 따라 마음대로 오가며 나를 즐겁게도 하고 때로는 방해도 한다.


몇몇 방문객은 소리 없이 사라지지만 끈적이고 냄새 나는 흔적을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향긋한 냄새를 남기고 떠난 사람은 언제 다시 열차에 타려나 하고 기다려 지기도 한다. 성능 좋았던 인생열차가 요즘에는 덜커덩 덜커덩 소리가 요란하게 나고, 브레이크도 예전만 못해서 걱정이다. 가끔 정비소에 들려 안전점검을 받고 윤활유도 칠하지만 예전만 못하다.

어둠이 깔리는 어느 추운 겨울 오후, 사거리 교통 신호등 앞에서 Crosswalk을 걸어 가는 중 갑자기 돌진해 오는 차에 받혀서 사고가 났다. 뉴저지 헤켄색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만난 닥터는 목뼈를 지나는 신경 손상으로 다리에 약한 마비증상이 있으니 경추에 보철로 보강하는 수술을 받기를 권고한다.

이곳 헤켄색대학병원에서 노후된 인생열차의 삶을 돕는 또 다른 닥터는 검사 결과를 자세하게 설명하면서 “다리에 약한 마비증상이 점점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언제인가는 또는 시급히 수술을 받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하며, 뉴저지 헤켄색대학병원에서 유능한 Brain & Spine 전문의에게 안심하고 수술 받기를 조언한다.

수리를 마친 인생열차는 시운전을 하기위해 뉴저지 웨인에 있는 Rehab Center로 보내졌다. 이곳 한인양로원은 장단기 회복치료를 받는 곳으로 1층에는 한인환자, 2층에는 현지인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뜨면 천정만 보이고, 눈을 감으면 활동사진을 보는 것처럼 지나간 옛날을 되돌려보는 시간을 반복하는 침대 생활을 몇 주 보냈다.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묻어 있던 옛 정거장, 인생열차를 폐차하기 위해 언제인가는 들려야 할 폐차장 모두가 아쉽고 허탈한 풍경이다. 인생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패잔병과 같은 몸에 훈장을 주렁 주렁 달은 환자가 보조간호사들의 도움으로 오늘도 생활을 한다.

Physical Therapy Room에서 회복 운동하는 모습을 보면 팔 다리가 제대로 움직이는 사람이 없고 달밤에 체조하는 것처럼 모두가 제각각이다. 휠체어에 앉아서 PT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회복 운동을 힘들고 통증이 있어도 불평 없이 열심히들 담금질을 해 본다.
시운전을 도와준 의료진, 원장님, 한인간호사 및 레크레이션 선생님들의 환송을 받으며 인생열차가 우렁찬 기적을 울리며 힘차게 종착역을 향해 다시 출발해 본다.

<토마스 육/뉴저지팰팍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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